[생활에세이]바쁠수록 둘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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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신문
  • 승인 2020.02.02 18:16
  • 댓글 0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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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야 수필가 도서출판 미담길 대표
이자야
수필가
도서출판 미담길 대표

 

젖소를 키우는 목장주인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걸 본 옆집 농부가 다가와서 물었다.

“자네 왜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앉았는가?”

술 마시던 사내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조금 전에 내가 저기서 젖소 우유를 짜고 있었지 않았겠나. 우유 한 통을 다 채워갈 무렵에 저 젖소란 놈이 왼발로 우유 통을 걷어차 버렸어. 화가 나서 젖소 왼발을 로프로 말뚝에 묶어 버렸지.”

“그런데? “

“일이 고약하게 꼬였어. 다시 젖을 짜기 시작해서 우유 한 통을 다 채워 일어나는데 이번에는 저놈이 오른발로 우유 통을 차버리는 게 아닌가.”

“그럼 또 우유가 다 쏟아졌겠군.”

“어찌나 화가 나던지 로프로 저놈의 오른발까지 말뚝에 묶어 버렸지. 그리고 다시 젖을 짜서 일어나는데 이번엔 저놈이 꼬리로 우유 통을 넘어뜨려 버리지 뭔가. 분통이 터져 로프를 찾는데 로프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내 혁대를 풀어 저놈의 꼬리까지 말뚝에 묶어 버렸지.”

농부가 물었다.

“그리고 다시 우유를 짰군?”

“아냐. 다시 젖을 짜려는데 벨트 풀린 바지가 팬티와 함께 주르르 흘러내렸어.”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허연 가슴을 드러낸 내 마누라가 들어오지 뭐야.”

서양 속담에 ‘불행은 쌍 날개를 달고 달려든다’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도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도 있고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재수가 없으면 하루에도 열두 번 엎어진다. 그럴 때는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사는 것이 상책이다. 액이 한번 맺히면 이를 억지로 풀려고 하면 더 조인다. 때로는 흐르는 대로 맡기고 사는 것이 상책이다.

올라가지 못할 나무를 억지로 오르려다 보면 중간에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 올려다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쳐라. 사람이 살다 보면 재수 없는 날이 반드시 있다. 바쁘다고 급하게 먹은 음식이 체하기도 하고, 급체를 삭이기 위해 서둘러 병원을 찾다가 교통사고를 만날 수도 있다. 눈앞이 캄캄한 일이 생기면 정신없이 허둥거리지 말고 잠시 눈을 감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둘러 가는 길이 먼 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말을 듣고서도 일확천금을 노려 또다시 로또 복권을 사 들고 가슴을 벌렁거리는 그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더 높은 복권을 사느니, 그 돈으로 차라리 따뜻한 점심 한 그릇을 사 먹는 게 낫다. 제발 이놈의 세상이 못마땅하다고 이성을 잃고 펄펄 뛰다가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하는 바보가 되지 말자.

화내지 마라. 물질 만능에 치열한 경쟁사회인 이 시대엔 좋은 일보다 분노할 일이 더 많다. 분노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좋지 않은 환경과 불안한 고용환경, 속에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가진 자는 더 많은 부를 누리는 이 시대엔 웃을 일보다 성질낼 일이 더 많기에 하는 말이다.

순간의 감정에 치받쳐서 인생에 오점을 남기는 사람이 한두 명인가? 세상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자신의 분노를 남에게 옮겨서는 안 된다. 항상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자중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분노를 남에게 행하지는 말지어다. 그게 곧 성숙한 인간의 모습이다. 지금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은 그대. 참아라. 참을 인(仁) 자가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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