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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깍지

 

 

 

깍지

/김동원

내 손을 나꿔 챈 그녀에게 아내가 있어 안 된다고 했다. 곁에 벗은 예쁜 속옷은 유채 꽃빛이었다. 등 뒤에서 그녀가 “오늘 밤만이라도 하늘 물속을 헤엄쳐, 저 샛별까지 갈 수 없냐”고 내 허리를 꽉 깍지로 껴안았지만, 나는 두 자식이 있어 진짜, 안 된다고 뿌리쳤다.

돌아보지 말걸, 꿈속 그녀는 알몸으로 초승달 위에 웅크려 울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나는 그 밤부터 꿈만 꾸면, 구름 위로 떠오르는 달에게 올라타는 연습을 한다. 제멋대로 엉켜버린 두 인연이 천년의 허공 속에 헛돌지라도, 미친 듯 미친 듯 그녀를 위해, 나는 밤마다 꿈속에서 달을 타는 연습을 한다.

 

 

 

 

■ 김동원 62년 경북 영덕 출생. 대구에서 성장. 1994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구멍』, 『깍지』 외 다수. 시선집 『고흐의 시』 출간. 시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평론집 『시에 미치다』 출간. 대담평론집 『저녁의 시』 편저.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 2017년 매일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8년 대구문학상 수상. 2018년 고운 최치운 문학상대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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