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람은 태어날 때 어미의 자궁에서 머리와 손부터 나온다.

그렇게 태어난 인간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미의 젖무덤을 주무르다가 숟가락질을 익힌다. 말은 못 해도 싫으면 울음과 함께 손을 내젓는다. 적극적 의사 표현의 출발은 손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갓난아이는 손짓부터 한다. 무엇을 하든 손이 먼저다. 손을 짚고 몸을 일으키고, 손으로 균형을 잡아가며 걸음마를 배운다.

학교에 들어가면 손으로 글씨를 쓰고 손가락으로 셈을 배운다. 이때부터 인간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다. 대체로 글씨쓰기를 즐겨 하는 어린이의 ‘부지런한 손’은 인생의 성공 길에 들어설 확률이 높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이때부터 ‘손의 역할’에 따라 신분이 달라진다. 손의 진가가 비로소 발휘되는 것이다. 높은 빌딩 안에서 펜대나 놀리는 사람은 ‘고운 손’으로 일생을 보내게 되지만, 힘겹게 막노동을 하면 ‘거친 손’을 면할 수 없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부정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사람의 ‘더러운 손’은 죄악의 수갑을 차게 된다. 남의 물건을 훔쳐 자기 뱃속을 채우는 ‘검은 손’이 있는가 하면 혹은 폭력으로 사람을 쳐서 죽이는 ‘피 묻은 손’도 있다. 연일 뉴스에서 떠들썩한 연쇄살인마의 ‘몸서리쳐지는 손’도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자기 잇속만 채우는 ‘차가운 손’도 있기 마련이다. 남이 안 하는 짓만 골라서 하는 ‘망측 손’도 있다.

손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은 손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반가운 이를 만나면 손부터 내밀고 악수를 한다. 떠나가는 사람에게는 아쉬움의 뜻으로 손을 흔든다. 뜻밖의 사람을 만나면 손짓부터 한다. 어미도 자식의 손을 붙잡아야 마음이 놓이고, 사랑하는 연인끼리도 손을 맞잡아야 마음이 통한다.

따지고 보면 사랑도 슬픔도 모두 손에서 나온다. 기쁠 때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슬퍼서 흐르는 눈물은 손으로 훔치기 마련이다. 구중궁궐 숨은 음모도 손안에서 이뤄지고, 나라를 세우고 무너뜨림도 영웅호걸의 ‘손’ 안에서 일어난다. 차갑고 굳건한 장부의 의지도 미인의 섬섬옥수에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역사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손의 하는 일을 가히 헤아릴 수가 없다. 남에게 베푸는 것도 손이요, 남의 도움의 받는 것도, 손을 써야 하고, 남을 밀어내고 거절하는 것도 다 손으로 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명심할지어다. 무슨 일이든지 ‘손을 놓고’ 있으면 이뤄지는 일이 없다. 손으로 만사가 획책되고 복수도 혁명도, 폭군의 횡포도 손 하나 놀리기에 달렸다. 죄를 지은 충신도 임금의 손끝 하나에 목숨이 오고 갔다.

손은 삶의 시작이요, 종착점이다. 손이 하는 노릇이 이렇게 많으니 실로 그 쓰임을 다 말할 수가 없다. 한 가지, 만사는 손에서 시작되고 손을 놓으면 끝이 난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땐 지체 없이 손을 써야 한다. 내 손이 부족하면 서슴없이 남들의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 제때 손을 쓰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 그러니 몸뚱이의 구성들이 저마다 하는 일이 다 긴요하지만, 손의 역할이야말로 참으로 중차대하다. 그동안 자의든 타의든 남에게 폐해를 끼치며 부정적으로 손을 놀린 이들이여, 이제라도 개과천선해서 발이 손이 되도록 빌고 또 빌어서 새로운 삶, 보람있는 삶을 살기 바란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