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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대보름 소원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세시 행사는 1년 중 모두 192건에 달한다. 이 중 정월에 열리는 것이 102건이고, 이 가운데 55건이 대보름날과 관계된 행사다.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것도 많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서민들의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놀이로 남아있다. 그러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새길 만한 교훈도 주고 있다. 내일(8일)은 동제(洞祭)와 놀이를 통해 결속을 다지며 공동체의 의미를 되짚게 하는 정월 대보름날이다.

이날을 다른 말로 상원(上元)이라 한다. 가장 중요한 제일(祭日)이란 의미로 달의 모습을 보며 1년의 길흉을 점치고, 각종 소원을 빌었다. 대보름이라 부른 것은 달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보름달이 풍요의 상징이던 농경사회에서 유래됐다.

각종 놀이 이외에 사람들은 찰밥·약밥, 오곡밥 등 절식을 먹고 날밤, 호두 등 부럼을 깨물면서 한 해가 무사태평하기를 기원했다. 밥의 주재료는 찹쌀, 팥, 수수, 차조, 콩이지만 기장을 넣기도 한다. 찹쌀이나 차조같이 찰기 많은 곡식을 넣은 것은 영양가 때문이다. ‘삼국유사’에도 나오니 기원도 오래됐다. 평소 자주 먹지 못하던 것을 보충해 준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여기에 다양한 나물과 호두, 밤, 잣 등을 곁들였으니 요즘 같은 균형 잡힌 건강식이 나 다를 바 없다.

정월 대보름날 이른 아침에 한 해 동안의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齒)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으로 밤·호두·은행·잣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물었다. ‘부럼 깨물기’라고 하는 풍습이다. 그런가 하면 전날 밤 대보름을 보며 가족들과 함께 부럼을 깨물면서 한 해 무탈하기를 빌기도 했다. 종기를 동반한 피부병이나 전염병 등 현실적 위험도 막아 달라는 기원과 함께.

특히, 정월 대보름에는 이명주(耳明酒)라고도 하는 귀밝이술을 마셨다. 이날 이른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차가운 청주를 마시면 귀가 밝아질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듣는다 하여 온 가족이 모여 차례대로 한 모금씩 마셨다. 날마다 좋지 못한 소식이 난무 하는 시절이다. 요즘 같으면 대보름 세시행사를 통해서라도 가족과 사회의 안녕을 빌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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