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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영국 테이트모던에서 만난 백남준

 

 

 

프랑스 파리북역에서 런던으로 들어가는 유로스타를 타면서 꼭 보겠다고 결심한 것은 런던 뱅크사이드에 위치한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하는 백남준 회고전이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보았던 백남준 작품들은 마치 흩어진 구슬 같았다. 그리고 진짜 백남준을 내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기대감이 컸다,

런던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은 2000년 템스강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개관후 영국 문화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스위스 출신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영국의 이상적인 비전을 담아낸 곳이라고 칭찬할 만큼 한해 관람객 600만명이 다녀 간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모마)과 함께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현대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과 함께 수년간 백남준의 명작 200여점 컬렉션과 아카이브를 집대성한 이번 전시를 21세기 미술사적 사건으로 평가 한다. 백남준은 현재 시점에서도 미래지향적이다.

테이트모던 본관 3층에서 영국답게 논리적인 설명으로 사람들을 친근하게 끌어들이는 전시 구성으로 전시장 곳곳에 새긴 어록들은 백남준이 일생동안 이야기한 모든 것을 담아 냈다.

예술과 기술의 먼 미래 접목을 예견한 백남준의 실험적 도전들은 그가 특별한 문화적 배경과 종교, 철학적 고민을 한 시대를 뛰어 넘는 급진적 예술가임을 다시금 알리는데 집중했다.

테이트모던은 ‘백남준은 비전을 가진 한국 아티스트(a visionary Korean artist)로 새로운 기술을 개척했다’며 ‘그의 혁신적이지만 재미있는 작품은 전 세계의 예술가, 음악가, 공연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백남준은 매스 미디어와 신기술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일찍이 '전자 초고속도로(electronic superhighway)’라는 문구를 쓰며 미래에 다가올 인터넷 시대를 예고했다’며 조작된 TV, 라이브 공연, 글로벌 텔레비전 방송, 싱글 채널 비디오, 비디오 설치 작품을 쏟아내며 '백남준'이란 이름은 '일렉트로닉 이미지'와 동의어가 됐다’고 4차혁명이 닥아오는 21세기와의 접합점을 백남준 작품으로 보는 전시 의도를 설명 했다.

12개의 방으로 이뤄진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대기를 택하지 않고 혁신성이 드러난 구체적 단면들을 골랐다. 전시는 대규모 설치작품 'TV 가든 1974/2002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TV가 자연 생태계처럼 보이는 현대를 예고하며 서정적 아름다움까지 더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건 1993년 영상사운드 설치작품 ‘시스틴 채플’ 이었다.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독일관 출품작으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뒤 26년 만에 처음 복원됐다. 마지막 방의 안쪽 큰 공간에 대형 격자형 구조물을 놓고 30대 넘는 비디오프로젝터로 잡다한 자연, 인공 문명과 사람들의 제의 모습 등을 담은 영상을 천장과 사방으로 투사해 20세기판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구현하려 한 대표작이다.

1964년 와이어, 나무, 폼 등으로 만든 첫 로봇 작품인 ‘로봇 K-456’은 4번 방에서 50년 만에 런던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미술관이 ‘시스틴 채플’과 더불어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추천하는 작품이다. ‘실험: 기술과 참여' 안쪽 구석에 있는 1969년작 ’참여 TV‘에서는 다양한 빛속에서 관객으로 몸짓을 실현 보았다. 작곡가 존 케이지, 안무가 머스 커닝햄, 요셉 보이스와의 중요한 창조적 협업도 보였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과 백남준의 협업은 'TV 첼로 1971'과 'TV Bra for Living Sculfure 1969'의 정교한 의상과 소품 안에 텔레비전 조각품을 결합한 작품들과 공연 비디오와 사진들도 보였다. 실제 공연때 입었던 샬롯 무어만의 옷과 소품들이 설치미술처럼 천장에 걸린 것을 볼때는 마음속 깊이 슬픔이 밀려 왔다.

백남준전은 전시는 테이트 모던의 이숙경,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루돌프 프릴링 등이 함께 큐레이터로 참여해 준비했으며, 영국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 이어 시카고,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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