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설]이춘재 8차사건 재심 개시는 ‘사필귀정’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재판부가 “법원의 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함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그것도 무려 30년이 넘은 사건이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 담당 재판부가 6일 공판 준비기일에서 재심 청구인인 윤모(53) 씨에게 사과했다. 공판 준비기일이란 미리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증거 조사 방법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다. 공판이 집중적·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이날 이 사건 1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윤 씨는 억울하게 잘못된 재판을 받아 장기간 구금됐다”며 “이미 검찰은 윤 씨가 무죄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록을 제출하고 있고, 이에 관해 변호인이 별다른 이의 없이 동의한다면 무죄 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재수사 착수 6개월 만이다.

재판부가 이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에서는 청구인인 윤 씨의 무죄가 증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춘재는 공소시효가 모두 끝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국내에서 벌어진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 양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관할 경찰서 형사계장과 검사는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윤 씨를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가 하면 법적 근거 없이 75시간가량 그를 감금한 채 조사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한다.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윤 씨는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고 법원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윤 씨는 무죄를 주장했고 ‘재심 전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이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윤 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다. 마침내 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춘재가 이 사건 범인임을 자백한 뒤 경찰은 원활한 재심 진행을 위해 본격적인 재심이 시작되기 전에 사건을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와 경찰 등 8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함께 검찰로 넘겼다. 이들 역시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공동변호인단의 변론처럼 윤 씨의 무죄 선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