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가난한 어부
[생활에세이]가난한 어부
  • 경기신문
  • 승인 2020.02.12 20:02
  • 댓글 0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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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야도서출판 미담길 대표수필가
이자야 도서출판 미담길 대표 수필가

한 어부가 해변의 나무 그늘에서 한가하게 쉬고 있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돈 많은 사장이 놀고 있는 어부를 보았다. 그는 혀를 끌끌 차며 어부에게 물었다.

“어부면 고기를 잡아야지 이렇게 놀고먹어도 돼?”

그러자 어부가 시부저기 말했다.

“걱정 마십쇼. 오늘 먹을 고기는 잡았으니까, 히히.”

“이런 오늘 먹을 고기만 잡아서 쓰나. 더 많은 고기를 잡아야지.”

“잡아서 엇다 쓰게요?”

사업가는 더욱 복장이 터져 말했다.

“엇다 쓰기는. 시장에서 팔아야지!”

“내다 팔아서 뭐하게요?”

사장은 이 멍청한 어부가 하도 딱해서 덧붙였다.

“이놈아 그래야 돈을 벌지.”

그러자 어부가 또 시시덕거리며 말했다.

“돈 벌어서 뭐하게요?”

“돈을 벌면 더 큰 배를 가지고 더 많은 고기를 잡을 거 아냐!”

“더 많은 고기를 잡아서 뭐하게요?”

“더 많은 고기를 팔아서 더 많은 돈을 벌면 나 같은 사업가가 되어 인생말년을 행복하게 쉴 수 있지 않아!”

그러자 어부는 기가 막혀 말했다.

“웃기네. 지금 난 나무 그늘에서 진짜 행복하게 잘 쉬고 있는데…?”

그 말에 사업가는 할 말을 잊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

행복의 잣대는 어디에 있는가? 행복의 무게는 어느 정도인가. 행복의 길이는 얼마나 얼마나 길어야 하는가? 결국, 행복의 정체는 저울로 달아 볼 수도 없고 길이로 재어 볼 수도 없다. 지금 자신의 상태를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할 것이요, 가시덤불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면 늘 지옥 속에서 살게 된다. 그 말은 바꾸어 말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막연하게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 얼마나 더 많이 올라갔는가, 얼마나 내 이름 석 자가 영성을 얻고 있는가, 이런 속세의 막연한 잣대로 행복을 생각하게 된다. 가난한 나라인 부탄은 그 백성들이 이 지구상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고 한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정신병자나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부유한데 왜 그러할까? 가난한데도 왜 행복할까. 행복은 결국 소유에 있지 않다.

옛말에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 있고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고 했다. 물론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니다. 버는 것보다 그것을 지키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행여 그 돈이 다른 곳으로 샐지도 모르니 재벌도 주야로 생각하는 게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늘여가는가에 정신이 쏠려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나라도 더 쥐고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걸 외면하면 가난해지기 때문에 쉬지를 못한다. 일은 직장에서 끝나야 하는데 집에 와서도 일을 한다. 일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

어떤 이는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일거리를 들고 다닌다. 그쯤 되면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된 것이다. 돈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가난을 찬양하라는 말이 아니라 적당히 만족할 줄 알라는 말이다. 그렇다. 돈이 많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다가올 행복만 보고 바동거리는 것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자가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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