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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誠愛칼럼]이태석 신부 같은 좋은 의사가 될래요

 

 

 

지난 1월21일 발표된 2020 의사 국가시험에 남수단의 존 마옌 루벤(33)씨가 합격했다. 한국 유학 길에 오른지 11년만에 ‘의사’라는 꿈을 이룬 그는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로 알려진 고(故) 이태석 신부의 제자다. 처음에는 남수단에 있는 의대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이태석 신부가 한국의 의료나 진료시스템도 선진화돼 있어 배울 게 많다고 권유하여 어려운 한국행을 결정했다는 것. 2009년 한국에 와서 2~3년 정도 한국어 공부를 하고 2012년 인제대 의대에 입학해서 작년에는 국가고시에서 떨어졌다가 이번에 합격을 하게 된 것이다. 작년에 이미 합격하여 전공의에 들어가는 토마스 타반 아콧(34)씨와 함께 의사가 될 이들은 이태석 신부가 뿌린 씨앗의 값진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이태석 신부는 1962년 9월19일 부산에서 출생, 1981년 부산경남고등학교, 1987년 인제대학교 의과대를 졸업하였다. 1990년 군의관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1992년 광주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입학, 1997년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하기도 했다. 2001년 6월 24일 서울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그해 11월 아프리카 수단 남부 톤즈(Tonj)로 선교를 떠났다. 그러나 그곳은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오지로 불리던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가톨릭 선교활동을 펼쳤으며 말라리아와 콜레라로 죽어가는 주민들과 나병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흙담을 빚어 병원을 세우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다들 기피하는데 이태석 신부는 자원하여 그곳에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배우는 것이 열악한 그곳에 학교를 열었다. 초등학교로 시작한 학교는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연달아 개설하였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병원까지 찾아오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척박한 오지마을을 순회하며 진료를 하기도 했다. 하루 한 끼를 겨우 먹는 원주민을 위해 이들을 설득하여 농경지를 일구었다. 그는 또한 음악치료사이기도 했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원주민을 치료하는데 음악이 가장 좋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치료의 목적으로 음악을 가르쳤으며 예상을 넘는 효과가 있자 학생들을 선발하여 브라스밴드(brass band)를 구성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의사이자 건축가이고, 선생님이었고, 농부였으며 지휘자였다. 하지만 그는 미처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했다. 2008년 10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그의 암은 이미 간으로 전이되어 있었고 결국 2010년 1월14일 새벽 5시 48세를 일기로 영면하였다.

“남수단에서 이태석 신부님을 만났어요. 수단 사람도 아닌 한국 사람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며 쉬지 않고 진료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느꼈어요. 공동체에 헌신할 수 있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존 마옌 루벤의 고백은 모든 것이 이태석 신부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얘기하고 있다. 토마스 타반 아콧과 더불어 이들은 의사로서 타인을 위한 삶을 기꺼이 살아갈 것이다. 그가 세상을 뜬 지 10년이니 그 의미가 더 깊다. 그의 부산 생가 옆에 이태석 신부 기념관이 세워지고 <울지마 톤즈 2>도 개봉되었다.

이와는 달리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알린 의사 리원량(34)이 결국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해 마음이 아프다. 루벤이나 아콧 같은 젊은 나이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루빨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잡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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