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칼럼]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정치갈등의 대립
[경기칼럼]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정치갈등의 대립
  • 경기신문
  • 승인 2020.02.13 19:59
  • 댓글 0
  •   16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우행정학 박사을지대학교 교수
김경우 행정학 박사 을지대학교 교수

검찰 인사 파동부터 현 정권 겨냥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등까지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 경쟁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기상 전 부장판사(19호)와 핵융합전문가 이경수 박사(20호)를 끝으로 인재영입 작업을 마무리했다. 자유한국당은 태영호 전 북한 공사 등을 인재로 영입하면서 인재영입은 그야말로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모든 사회 이슈를 집어삼키는 요즘 떠올려보는 정치의 인재영입에서도 여야가 서로 비난하고 대립의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치는 보통 공공선의 달성을 위해 권한과 자원을 배분하는 권위 있는 행위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런 본래 의미와 다르게 개인과 집단의 욕망이 투영되어 현실 정치가 작동되는 현상은 자주 목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느라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도 정치는 그 탐욕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각종 소문, 중국인의 식문화에 대한 지나친 비난, 정부가 제공한 전세기를 통해 입국한 우한 교민들에 대한 배척 등은 불필요한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런 갈등 국면에 편승하여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혐오 정치를 키우는 정치인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공공선’은 온데간데없고, 정부 비판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생각만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본다. 혐오와 지나친 공포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사회를 위험에 빠트린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특정 감염병에 대한 왜곡과 잘못된 인식으로 발생하는 낙인효과가 감염자나 의심 환자를 음지로 숨게 만들어 방역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잘못된 국정운영과 정책결정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도 야당은 사태 수습과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여당이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권 창출과 재선이 정치인의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지만, 국가가 당면한 상황과 민심을 제대로 읽으면서 행동했으면 한다. 정치는 모름지기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화해시키는 수단이다. 정치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너무 중요한 이 시기에 감염병 확산을 부채질하는 혐오와 배제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거침없이 내던져야 한다.

정당의 인재 영입은 선거에서 그 지향과 가치를 유권자에게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행동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고 누구의 목소리를 더 정치에 반영해야 하는지, 정당들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번의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이제 인간이 만들어낸 위험이 확실히 국제화되고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잘 드러내 준다. 이러한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생명의 위험과 더불어 아마 기후·환경 위기, 식량 부족, 물 부족 등 그것과 연관된 갈등과 전쟁의 위험은 곧 닥쳐올 지구적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나 대참사를 맞으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 정부의 대처 과정을 보면서 민주주의와 진정한 국민 기본권 보장, 책임정치가 여전히 위험의 안전판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다.

물론 여야 정치권이 선거 때만 되면 정책보다는 새 인물로 승리하려는 것은 판갈이와 정책경쟁이 어려운 한국 정치구조에 기인할 것이다. 사회의 특정 세력이나 계층의 요구를 반영하는 계급정치가 거의 무망하며, 새 정당이 등장할 수 있는 관문을 의도적으로 틀어막아 놓았으니, 독점 이익을 누리는 거대 여야로서는 인물 정치, 이미지 정치로 승부를 걸자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그래서 이런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정치권, 법원, 검찰, 대기업 등 힘 있는 기관에 대한 깊은 불신은 전반적인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는 것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울 수가 있다. 약자의 집합적 권리가 정치적으로 대표되고, 행정 투명성과 법원·검찰 개혁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국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