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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의 시선]계륵의 교훈과 상대 마음 헤아리기

 

우리 사회는 지금 또 다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켜져 왔던 구질서가 무너지거나 약화 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질서가 정립되고 그에 적응하려는 분위기가 사회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다양한 생활 방식 과 각자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계성의 변화도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정치와 이념을 기반에 둔 상대적 차이에 대한 불균형적 관계지향은 만만찮아 보인다. 소통의 오류로 인한 문제는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의 이분법적인 생각의 차이가 소통의 부재 즉 관계 단절로 이어 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적 이념과 자기 신념에 대한 확신이 가져온 것 일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듣지 않으려는 것과 설령 듣더라도 상대의 말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것이 오해를 낳고 벽을 세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심리적 거리를 조금씩 좁혀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즉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우리 문화가 가진 다른 것을 잘 용납하려고 하지 않는 의식들을 극복함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쓰이는 표현 중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논리적인 표현조차도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은 절대 진리요, 상대방의 생각은 오류 또는 극복의 대상이라 여김이 관계의 단절 혹은 집단 패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삼국지 내용 중에 조조와 유비가 한중성을 사이에 놓고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제갈량과 여러 장수들의 공격으로 조조 군대가 열세해 지기 시작했고 별다른 계책이 없는 조조는 답답했다. 계속 밀고 들어가자니 마초가 철통같이 버티고 있고, 그렇다고 철수하자니 유비의 군대가 웃을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막사에 와서 고민을 하는데 그 날 저녁식사로 닭뼈 같은 것이 담긴 국이 나온다.

조조가 그 국을 보면서 한참 여러 생각에 빠져있는데, 하후돈 이 들어오더니 그 날 밤의 구호를 묻는다.

전투 상황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던 조조는 묻는 말에 대답을 할 생각을 안 하고 자신의 닭국만을 쳐다보며 “계륵”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하후돈은 그것이 암호인 줄 알고 막사로 돌아가서 여러 장수들에게 “오늘 밤의 구호는 ‘계륵’이오”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조조의 책사로 있던 양수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놀란 하후돈은 양수에게 그 연유를 물으니 양수가 “계륵(닭뼈)이란 본래 먹을 것이 없어서 먹기 뭐하지만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운 음식이오. 주공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마 지금 이 한중성이 그리 쓸모 있는 땅이 아니니 퇴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그런 것 같소이다”라고 대답을 했다.

하후돈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다른 장수들에게 서둘러 짐을 싸게 시킨다.

식사를 마친 조조는 마음이 너무나도 복잡해서 진지를 둘러보러 밖으로 나간다. 병사들이 짐을 싸고 있는 모습을 본 조조는 달려가서 이유를 묻고 크게 분노하며 양수를 그 자리에서 죽인다. 나중에 양수의 진언이 사실로 되고 말았고 조조는 퇴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후일담이지만 조조는 그렇게 자신이 죽인 양수의 시체를 후히 장사지내고 잘못을 빌었다고 한다.

타인의 생각과 진위를 헤아리는 것은 만만치 않다. 아울러 상대가 표현하지 않는 속내에 대해서 심중을 예측하고 단정하여 행동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내 생각과 일치하게 종용하지 말고 설령 다르더라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의 생각을 나에게 맞게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바람직 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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