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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행정위원회 문제점 개선 시급하다

 

 

 

행정위원회는 법령 또는 행정기관 내부 지침에 의거 복수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중요한 정책 기획, 의사 결정, 조정을 하는 합의체 조직이다. 2015년 기준 정부의 위원회 수는 549개이며, 경기도의 경우 2018년 기준 216개에 이른다.

위원회의 순기능은 행정기관의 조력자와 민원인(이해관계자)의 옹호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기능 또한 적지 않다. 행정전문가 의견, 필자의 경험, 간접적으로 입수한 사례를 토대로 문제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의사결정의 지연이다. 민원인 A는 2018년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경기도의 재단법인 설립허가 거부처분 취소 행정심판’ 청구서를 제출하였으나 청구서를 제출한 지 9개월 만에 재결이 이루어졌다. 90일 이내에 재결해야 한다는 행정심판법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둘째, 위원회가 여러 사람으로 구성돼 책임이 다수에게 분산되므로 책임전가 현상이 발생한다. 민원인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져도 이의제기를 할 수가 없다. 결정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한 것이고, 행정기관 또한 위원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변명하며 책임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위원회는 행정기관의 입장에 서는 편향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위원회를 주도하는 ‘배드가이 (Bad Guy)’의 역할과 나머지 위원들이 따라가는 ‘동조현상’에 기인한다. 위원 중에 공무원이나 평소 행정기관의 조력자 역할을 많이 하는 사람이 주로 이 역할을 맡게 된다. 2015년 국토교통부 소관 ‘물류단지개발 실수요 적격여부 심사위원회’가 경기도의 A업체에 부적합 판정을 하였는데, 심사위원 5명의 점수가 모두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똑같은 58.4였다. 평소 이 업무로 공무원과 자문역할을 한두 사람이 전적으로 이 위원회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있어 결국 해당위원은 사퇴했다.

넷째, 행정관청의 위원회 운영절차의 흠결이 자주 지적된다는 점이다. 위원들은 행정기관이 준비한 자료에 의존하여 판단하므로 해당 공무원은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도 S시는 청소년쉼터운영 수탁자를 선정함에 있어 조례가 정한 선정기준과 배점을 사전 공개하지 않아 공정성에 대한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위원들의 강한 권위의식이다. 권력을 쥐면 남용을 하게 마련이다. 민원인은 한 사람이고 위원회는 집단이므로, 민원인은 집단권력인 위원회와의 힘의 우위에서 절대적인 약자의 위치에 있다. 안건을 미리 파악하지도 않고 질타하는 식의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경기도의 모 위원회에서는 공무원인 위원장이 민원인을 대동한 H시 간부공무원에게 비인격적인 질책을 하였다는 사례가 있었다. 그 민원인은 자신의 안건이 부결된 것은 고사하고 자신을 위해 참석한 공무원이 많은 위원들 앞에서 곤욕을 겪은 것이 너무 가슴 아팠다고 필자에게 토로했다. 그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공무원을 징계하는 인사위원회에서 가뜩이나 주눅 들어 있는 해당 공무원에게 ‘혐의자’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을 불러줄 것을 제안한다(차라리 법원처럼 피고라고 부르든지).

위원회 수는 줄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행정기관의 의사결정을 위원회가 내리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며, 갈등과 정당성 시비가 야기될 수 있는 사안들을 위원회에서 처리하게 하는 경향이 커가고 있어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오늘도 시민들은 절박한 사정을 가지고 위원회의 문을 두드린다. 행정기관은 위원회가 자신의 의사를 관철해주는 대리 수단이나 바람막이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며, 위원회는 지혜롭고 공정한 판단을 통해 민원인의 고충을 해결하고 행정기관에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위원 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권위의식이 아닌 민원인에 대한 사랑과 관용이다. 그래야 시민들의 행정기관과 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커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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