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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코로나19에 실종된 일상의 행복

 

 

 

 

 

오늘은 우수(雨水)다. 꽁꽁 언 대동강 얼음도 풀리고 봄이 오는 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온다는 우수다. 입춘과 경칩 한 가운데 낀 절후다. 인간이 무슨 짓을 하거나 잔꾀를 부려 오는 춘의(春意)를 막으려 해도 봄이 화사한 나래를 펴고 사람들 가슴속에 파고든다는 날이다. 하지만 계절을 반추하며 느끼기에는 코로나19 감염으로 녹록치 않다. 나라 안팎의 뉴스가 자나 깨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야기다.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는 누적확진자수가 5만9천901명에 누적사망자가 무려 1천368명에 이른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염병의 역습에 지구촌과 세계화도 위기를 맞았다. 국내 확진자도 30명이 나왔다. 이 중 11명이 경기도 출신이다. 경제 파장이 깊고 길게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한 해 수출입을 합쳐 약 1조 달러인 교역을 통해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중국수출 의존도가 25%다. 그래서 중국 발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 영향이 가장 크다. 당장 중국산 자동차부품 조달이 끊기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췄다. 차량의 실핏줄에 해당되는 배선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도 중국산 수입비중이 87%에 달하니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건비가 저렴하다고 중국에 의존하다 피해를 뒤집어 쓴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인적교류가 1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긴밀한 이웃나라다. 중국인을 비롯한 해외관광이 위축되면서 쇼핑, 외식, 관광, 숙박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감염불안에 영화도 안보고 대중교통 이용도 꺼리고 PC방, 헬스장,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은 발길이 끊길 정도다. 각종 모임과 회식 취소가 잇따라 골목길 자영업자도 고사 직전이다. 국가 경제와 지역경제 주름살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대동강 물이 풀리듯 모든 업종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의 응어리가 빨리 풀려야 할 텐데 안타깝다. 얼음 녹 듯 근심걱정이 녹아 없어지길 기원한다. 겨울은 다른 세 계절의 휴지기(休止期)다. 계절의 변천에 콤마 하나를 찍고 잠시 쉬는 계절이 겨울이다. 그리고 봄은 하늘의 뜻이 자연에 순응하는 계절이다. 다른 계절이 서사시라면 봄은 사뭇 서정시의 경지다. 지평선 저쪽에서 화신(花信)들이 워밍업을 하는 환상이 어른거린다. 수목들도 심호흡을 한다.

올해는 우수 날 전국적으로 눈비가 내렸다. 우수 맛이 난다. 나무에 수액이 오르고 생기를 찾듯 우리네 일상에도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상록수를 지은 심훈은 ‘봄은 어느 곳에’ 라는 수필에서『불 꺼진 화로를 헤집어 담배 꼬투리를 찾아내듯이 식어버린 정열을 더듬어 보는 봄 저녁』이라고 우수를 노래했다. 영문학자 이양하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나의 기다리는 것은 마음의 봄, 나의 마음이 깊이 뿌리를 박고 푸른 하늘을 향하여 자유로이 움을 뿜고 지엽(枝葉)을 펴며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마음의 르네상스’라고 소망했다. 수필가 김진섭은 ‘송춘(頌春)’에서 ‘봄은 그러나 짓궂은 웃음을 띠고 언제나 하루아침에 옵니다. 그래서 벙글벙글 웃고 춤추는 아씨처럼 가만히 날아드는 봄은 마치 우리가 길에서 멀리 마주쳐 오는 벗을 얼른 본때의 복잡한 감정을 우리로 하여금 맛보게 합니다’라고 썼다.

“역사상 어느 시대나 세상은 절망적 상태에 있었고 그 때마다 세상은 진흙탕에서 빠져나왔다.”

J.마리탱의 말이다. 코로나19의 경제파장을 최소화하기위한 자구노력이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한다 해도 위축되거나 포기나 절망을 하지 말아야 한다. 너나없이 심리적·경제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희망에서 샘솟는 똑같은 힘이 절망 상태에서도 샘솟는다. 취업전선에도 유탄을 맞았다. 대규모 응시인원이 모이는 상황을 꺼리는 탓에 기업공채 일정마저 미뤄지고 있다. 졸업기에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러다 채용이 줄지나 않을까”하는 초조감마저 갖게 한다. 패닉에 빠져있는 곳곳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경제 심리가 나빠지지 않도록 국민 불안 해소에도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우수가 왔는데도 봄의 정감(情感)마저 느낄 수 없는 일상이라면 우리의 고달픔을 어디서 위로 받겠는가. 봄빛은 참으로 어머니의 품 속 모양으로 따스하고 보니 누가 그 속에 안기기를 싫어하리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우수 날의 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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