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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비껴가는 역에서

비껴가는 역에서

/한관식

등받이 없는 의자에 서성이는 아침과 앉아

거울에 비친 시간을 쥐어든다

낯선 사람들의 표정으로 얼굴을 덧칠한

게으른 새벽

내가 선 자리에서 소유할 수 없는 눈높이를

툴툴 털어내고 출구를 향한다



몇 사람은 빠져나가고

몇 사람은 기다림으로 서성이고

낡은 출구는 저리 삐꺽거리는데

이미 모습을 드러낸 기차는 선로에 둥지를 틀고 엎드렸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어둠은 짐칸 속에서 버둥거리며



대합실 문을 여닫기도 전에 스스로의

이름으로 불려지고

나이보다 무거운 어깨를 기차 안에 부려놓는다



아직도 삶은 고단하게 덜컹거리고

여기였던가

흘러가는 기차를 붙잡고

비껴가는 역에서

때늦은 후회를 감싸쥔다

 

 

 

 

 

■ 한관식 1960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시사문단을 통해 문단에 나옴. 경북문학 공로상, 경북문학 작가상, 영천예술대상, 경북예술상, 청향 문학상 대상, 시집 ‘비껴가는 역에서’, ‘밖은 솔깃한 오후더라’, 경북 동부신문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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