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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서 고된 일상의 위로를

책방 모여 앉아 책 읽기 열중
악기·영화·그림 등 다양한 모임
이유 없이 빠지며 강박서 벗어나

변두리에 있는 작은 책방
중심으로 집중 된 문화 벗어사
작지만 안락한 안식처 꾸려

 

 

 

‘코너스툴’은 권투 선수가 격렬한 시합 도중에 쉬는 작은 의자를 일컫는 말이자 동두천에 있는 작은 책방의 이름이다.

오늘도 세상에게 잽을 맞고 휘청이는 사람들,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책방 코너스툴의 문턱을 넘나든다.

이들은 당연히 이름난 작가도 아니고 잘나가는 리뷰어도 아니지만, 책방이 문을 연 시간이면 어김없이 한데 모여 동그랗게 둘러앉아 도란도란 읽고 쓰기에 열중한다.

책방에는 책과 관련한 모임뿐 아니라 악기 배우기, 영화 보기, 수제 공예품 만들기, 외국어 배우기, 그림 그리기, 온라인 작은 실천 모임 등 온갖 취미를 아우르는 소소한 작당이 폭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모든 모임과 프로젝트는 반드시 뭔가를 해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뭔가를 못해보는 것, 뭔가에 이유 없이 빠져보는 것, 뭐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처음부터 능숙하고 잘하진 않지만, 아니 오히려 소박하고 엉성하지만 왠지 정이 가는 사람들, 자꾸 실수하고 넘어지지만 동시에 처절히 패배하지는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

자신들도 미처 모르는 사이, 이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해 다음 라운딩을 준비하는 ‘코너스툴’에 앉은 권투 선수들을 닮아간다.

어느덧 개점 3년 차를 넘어선 책방 코너스툴은 하나의 뚜렷한 취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처음 온 손님이든 책방의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단골이든, 저마다의 취향이 조심스레 반영되어 책장 서가를 사뿐사뿐 채워간다.

다수가 큰 목소리로 좋다고 말하는 책보다는, 오히려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작은 목소리에 관심을 둔다.

오늘날 책방이 반드시 어떤 ‘큐레이션’을 보여주어야 한다면, 코너스툴의 기준은 단연 ‘고른 책’이 아니라 ‘고르지 않은 책’이다.

책방지기 ‘스투리’는 그의 말처럼, 오늘도 흐물흐물한 그물을 들고 다니며 귀가 트이는 곳에서 몇 권을 낚아 올려 무심하게 구석구석에 뿌려놓는다.

책이 상품이라기보다는 매력적인 향처럼, 넓지 않은 책방에 어지럽게 머무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나 예상하듯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듯) 책방은 수고의 수고가 거듭되는 곳이다.

돌덩이 같은 책 박스의 무게를 견뎌야 하고, 온갖 모임 준비와 정리에 들어가는 육체적 노동도 필수다. 물건을 옮기고 나르다 지쳐 뻗어버리는 날이, 허리가 아파 며칠을 고생하는 날이, 불어터진 컵라면조차 넘기지 못하는 날이, 월세를 마련하느라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섧고 고달픈 날이 이어진다.

그러나 책방지기가 이 모든 수고를 견디도록 만드는 무언가가 이곳엔 분명히 존재한다.

변두리의 작은 책방이지만 이곳에는 변두리만의 삶이 있다. 다들 중심을 보느라 정신이 없지만, 변두리에도 분명한 존재들이 있다. 변두리에도 작가와 독자가 있고, 변두리에도 읽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쓰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게 작지만 안락한 자리를 내어주는 코너스툴이 있다.

코너스툴은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작은 안식처를 간절히 찾아 헤매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책방 문을 연다.

이 책은 지난 3년간 그렇게 이곳 코너스툴에 머물다 간 수많은 마음과 수많은 문장에 관한 진실한 기록이다.

/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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