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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박근혜의 옥중 서신

 

 

 

 

 

과거부터 옥중 서신이 주목받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탈리아의 혁명운동가 토마소 캄파넬라의 옥중 서신이 있다. 이 옥중 서신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사회적 환경과 당시 공권력이 어떻게 오남용 됐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이후 유명한 옥중 서신으로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 서신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비중 있는 인사들이 옥중에서 보낸 편지는 상당한 정치 사회 문화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그런데 요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화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일 “나라가 매우 어렵다.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내용의 옥중 서신을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계산이 분주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름 분석이 필요하다. 일단 여기서 말하는 “거대 정당”이란 미래통합당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을 둘러싸고 온갖 분열과 파열음에 시달리는 통합당의 입장에선, 자신들을 중심으로 뭉치라고 하니 정말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반대로 김문수 전 지사와 조원진 의원의 자유통일당 그리고 정종섭 의원 등이 주축이 된 한국경제당 등은 정치적 입지가 협소해졌고 그래서 당황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친박의 핵심인 이정현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은 현재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추측컨대, 이정현 의원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현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친박에 대한 공천 배제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저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이정현 의원은 과거 집권 여당 대표를 지냈고, 책임감도 상당한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친박 전체를 위해 자신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어쨌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으로 인해, 친박 인사들의 공천에 대한 불만과 그에 따른 분열양상은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의 핵심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이념 혹은 계파를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박 전 대통령의 상황 인식을 엿볼 수 있는데,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독주와 실정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다.

이런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두고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일부는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오히려 여당을 도와주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쪽은 통합당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반된 주장 중 어느 쪽의 분석이 맞느냐는 중도층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중도층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통해 탄핵을 다시 떠올리면, 여당의 바람대로 될 것이고, 옥중 서신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동정론이 살아난다면, 야당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즉, 중도층 중 적지 않은 수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불가피했을 수 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3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내게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은 이런 동정론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통합당은 친박들에 의한 분열을 넘어설 수 있고, 동시에 중도층으로의 지지층의 외연 확장이 지금보다는 용이해 질 것이다.

정의당은 박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한다. “(옥중편지는) 탄핵세력의 부활을 공공연하게 선동한 또 하나의 국기문란 행위이자 촛불시민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진보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옥중 서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굳이 이런 정도의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 정치권의 모든 시선은 박 전 대통령에게 쏠려 있음은 확실하다.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부활인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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