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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코로나19, 이 또한 지나 가리라

 

 

 

코로나19 때문에 세계에서 한국이 고립되는 상황을 지켜 보며 머리가 텅빈 것 같아 어떤 것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프랑스에서 개인전을 하고 영국까지 다니며 느꼈던 너무나 자랑스런 한국의 위상에 감사했는데, 그게 전부 무위로 돌아 가는가 하는 공포감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휩싸인 적이 없었다.

이제 얼마나 먼길을 또 헤쳐 나가야 하는 절망감과 막막함은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스스로 집안에서 무엇인가를 위해 새로운 작업에 몰두 하려고 노력 한다. 그리고 아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앞으로 세상의 변화에 대한 희망을 조금이나마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는 내셔널 갤러리가 있다. 광장은 영국의 넬슨제독이 프랑스 나폴레옹과 스페인 연합함대에 대항하여 트라팔가 해전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넬슨제독 동상과 전쟁 후 대포를 녹여 만든 사자상이 있는 유명한 문화적인 명소이다. 언제나 많은 거리공연과 행사가 있고 미술관 관람객들과 더불어 연일 관광객이 넘쳐난다.

내셔널 갤러리는 1824년 개관하였다. 13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회화 약 2천3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관은 4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전시관에 따라 연대순으로 작품을 전시한다. 무엇보다도 회화에서 만큼은 프랑스 루브르미술관보다도 많은 작품을 체계적 연대순으로 배열한 것이 최고의 강점으로 평가 받는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마치 서양미술사를 한눈에 보는 것 같았다. 르네상스 3대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과 카라바조, 렘브란트, 베르메르, 고흐, 세잔 등 17세기, 18세기의 작품들도 넘쳤다. 중세미술, 르네상스미술, 바로크미술, 로코코미술, 근대미술, 현대미술을 시대순으로 전시한 구성은 참 영국적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갤러리 신관에 1991년 문을 연 센즈베리관에는 중세부터 초기 르네상스 시대(1260∼1510)까지 작품들을 전시한다. 중세의 제단화를 비롯하여, 얀 반 에이크, 벨리니, 보티첼리 등의 대표작들이 있다. 특히 보기 어려웠던 중세미술 ‘윌튼 두폭화’는 마치 책처럼 두개의 나무판에 경첩을 달아 그린 그림이다. 작가 미상으로 중세시대(약 1395∼1399) 작품 가운데 현존하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영국의 리차드 2세는 천상의 여왕인 동정녀 마리아에게 자신의 왕국을 봉헌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의 전임자인 에드워드3세가 시작한 프랑스와의 백년전쟁에서 보였던 유럽을 휩쓴 전염병인 흑사병으로 모든 것이 변해 가는 과정이라 그의 기도가 절실해 보인다.

흑사병은 중세 봉건사회 유럽의 붕괴를 가져온 동시에 인간성 부활이라는 르네상스의 기본정신인 그리스, 로마에서 가져온 인간 중심의 인문주의와 자본주의를 부활시켰다. 기도로 모든 것이 해결 되지 않은 모습을 보며 교회의 권위는 흔들렸고 따라서 개신교인 프로테스탄트가 나타나게 된다. 흑사병이 창궐하기 전까지 유럽은 로마 가톨릭 교회와 봉건귀족 사회가 농노제로 백성들은 노예에 불과 했다. 이들 지배층은 영토와 부를 장악했고 심지어 지식까지 통제했다. 그러나 흑사병으로 수많은 성직자들이 숨지면서 라틴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식자층이 없게 되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자국어를 쓰는 민족주의가 싹트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인구감소로 노동자의 권리가 올라 가며 재력을 가진 중산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자본을 가진 중산층이 자유무역으로 경제권을 가지면서 결국은 유럽식 자본주의로도 연결이 되었다.

한치 앞도 내다 보이지 않는 절망속에서 그림 한점에서 끌어 내고 있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희망이라는 마음 때문이다.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전개 될지는 모르지만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가 진정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지금의 모든 피해가 회복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한번 견디고 버티고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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