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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천당과 지옥

 

 

 

도서출판 미담길 대표

어느 날 염라대왕 앞으로 저승사자가 여자 세 명을 데리고 왔다.

염라대왕이 첫 번째 여자에게 물었다.

“너는 뭘 하다가 죽었느냐?”

간호사가 대답했다.

“예, 저는 시립병원에서 가난하고 돈 없는 백성들과 외롭고 병 든 노인들을 평생 돌보다가 죽었어요.”

염라대왕이 말했다.

“그럼 너는 천국으로 가거라.”

두 번째 여자가 염라대왕께 고했다.

“예, 저는 선교 활동하는 의사 선생님을 따라 아프리카 오지에 들어갔어요. 저는 그곳에서 무지하고 몽매한 토인들을 죽을 때까지 돌보다가 세상을 등졌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다.

“오, 그래. 너도 천국으로 가거라.”

저승사자가 세 번째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너는 이승에서 뭘 하다가 왔느냐?”

“예, 저는 다락방에서 운영하는 돌팔이 의사 밑에서 돌팔이 간호사로 일하다가 그만 병이 걸려 죽었습니다.”

염라대왕이 명했다.

“너도 천국으로 가거라.”

세 번째 여자는 감격해서 말했다.

“어머나 세상에. 나 같은 돌팔이 간호사도 천국으로 갈 수 있네.”

그 말에 염라대왕은 “근데 너는 천국에서 사흘만 있다가 오너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살다가 한 번쯤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다. 하늘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공평한 사실 하나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다. 부귀 고하는 물론 하늘 아래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죽음을 예측할 수는 없고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모든 사람은 죽음을 외면하고 살고 있다.

만약 내일 내가 죽는다고 생각해보라. 지금 태도가 분명히 바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일 없이 어정거리고 살 수 있겠는가. 눈앞에 죽음이 다가섰는데 통장 속의 금액이 무엇이 그리 소중하겠는가.

아침저녁 마주하는 저 남편이라는 작자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더없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숟가락 하나 신발 한 짝, 눈앞의 텔레비전, 거실 속의 의자들 그 모두가 새로운 모습들이다. 내 몸속의 지닌 지병 하나도 그 고통조차도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그것이 현실 같지가 않다. 이렇게 사람은 죽음 앞에서 겸손해진다.

천하를 제패한 진시황도 죽음만은 피하려고 했다. 서불((徐市)이라는 신하에게 수천 명의 사람을 붙여서 불로초를 구해오도록 했다. 그 불로초를 구했는가?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도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지 십여 년 만에 천하를 순례하던 도중에 죽었다.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그도 죽음만은 면할 수가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그도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의 자리를 이어받을 후계자까지 미리 문서로 작성해둔 걸 보면 그도 죽음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누구나 죽는 죽음, 그 인생의 마지막 길을 향해 우리도 지금 죽음을 향한 행진을 하고 있다. 천당과 지옥이 정말 있는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우리 모두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그 죽음 앞에서 과연 내 삶이 어떠했는지 심판받을 것이다. 그러니 죽는 순간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는 한평생을 살아가자. 자칫 유혹에 빠지기 쉬운 그대. 죽음을 생각하라.

이렇게 누구나 죽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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