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누가 공공의 적인가
[경기시론]누가 공공의 적인가
  • 경기신문
  • 승인 2020.03.15 17:18
  • 댓글 0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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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택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1일 코로나19 사태를 ‘감염병 세계적 유행(팬데믹)’으로 선언했는데,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이는 WHO가 1948년에 설립되었기 때문일 뿐, 역사상 수많은 감염병 유행이 있었다. 많이 알려진 것은 페스트인데, 기원전 2800년경부터 유행했다는 연구도 있다. 유럽에서는 1347년부터 1351년 사이에 2천만 명이 희생되었고, 창궐과 잠복이 반복되었다. 13세기 유럽은 1억2천300만 명이었는데 14세기에는 6천500만 명만 살아남았다. 원인과 치료법을 몰라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유대인 동네에는 비교적 덜 발생하자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서 퍼뜨렸다는 소문이 퍼졌고, 유대인 혐오와 학살로 이어졌다. 유대인이 공포와 분노를 배출할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 이면에는 상술이 뛰어난 유대인들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질투가 존재한다. 유대인들은 율법의 정결의식에 따라 목욕을 자주하고, 전염병이 걸리면 무조건 격리시키고, 환자들이 쓰던 물건들을 태워버렸던 것이다. 20세기에 독일의 히틀러는 유대인들이 세계지배를 위해 음모를 꾸민다면서 서유럽 금권정치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음모론은 기독교인들의 반(反)유대주의와 결부되어 2차 대전 중 600만 유대인 학살로 이어졌다.

대중의 분노는 정치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감정

대중의 분노는 정치인들이 이용하기 가장 편리한 감정이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보고되었고, 8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최초 미국에서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며 초기 미온적 대처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을 통해 미흡한 자국 내 방역대책에 대한 비난을 피해가고 있다. 우리도 초기 중국 발 입국제한 주장을 일축하고 대신 신천지라는 공공의 적을 만들었다. 지난 달 21일 대통령이 신천지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조치를 언급한 것을 비롯하여, 정치권과 지자체 단체장들은 교주에 대한 살인죄 고발, 법인설립 취소, 관련시설 폐쇄, 행정조사, 구속수사 촉구 등을 쏟아내었다. 언론도 거들었다. 마치 신천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자 해결책처럼 대응했다. 이에 국민들의 신천지에 대한 분노게이지는 폭발하였다. 물론 확진자 대부분이 신천지 교인들이고, 미온적 협조로 방역에 지장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앙이 아니라 방역의 효율성 문제로만 접근했어야 했다. 신천지 교인들은 비밀전도와 위장활동이 특성이라 드러내기를 꺼린다. 신천지 교인이라서가 아니라 일대일 학습과 합숙전도 방식의 밀접접촉이 문제다. 신천지를 적으로 보고 모든 법과 행정력을 동원하여 압박하고 굴복시켜서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신앙에 대한 박해로 생각하여 투쟁의지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방역 당국이 신천지 명단확보와 전수검사에 매달리는 동안 일반 의심환자들은 검사가 미뤄졌다. 처음부터 신분노출을 막아주고 의심환자를 폭넓게 검사했더라면 신천지 교인이 숨지 않고 오히려 확산세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는 현실에 맞는 세밀한 대책이 필요

정치권과 언론은 이제 집합예배를 하는 교회들도 공공의 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천지와 마찬가지로 예배 자체가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의 모임이 문제인 것이다. 교회에서의 집단 발병이 보고되기도 했지만 예배가 아니라 성지순례나 집단 합숙행사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간격을 넓혀 앉는 방식이나 시차를 둔 분산모임 등이 필요하지 전면금지가 답은 아니다. 서울 콜센터 사례를 보더라도 근무환경을 바꿔 밀접접촉을 막는 것이 필요하지 모든 콜센터를 폐쇄할 순 없는 노릇이다. 문대통령이 강조하던 ‘과하다 싶을 만큼의 선제적 예방조치’로 그런 감염예상지역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없었던 것이 문제다. 학교, 학원, PC방 등 그런 곳은 지금도 수없이 많다. 모든 국민의 외출금지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할 수 없다면 세밀하고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어떤 집단을 뭉뚱그려 비난하는 것은 강경화 장관이 얘기했던 ‘방역력이 없는 국가들의 투박한 조치’거나 국민의 분노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쇼일 뿐이다. 이런 때일수록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태도야 말로 분노게이지를 낮추고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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