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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의 시선]이 또한 지나 갈 것이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1920년대 이상화 시인에 의해 발표 된 반일 민족의식을 표현한 대표적인 시로 비탄과 허무, 저항과 애탄이 깔려 있다. 일제강점기 민족 현실을 ‘빼앗긴 들’로 비유한 시인은 국토는 잠시 빼앗겼을망정 우리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봄’은 빼앗길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 내고 있다.

코로나 19가 급속도로 확산 되며 전 세계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특별한 치료제 없어 그저 개인위생과 마스크에 의존한 원론적인 방법 외에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다.

발병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 지역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 그리고 이탈리아 등을 비롯 매일 신규 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전염병과의 전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확산에 대한 이슈가 두달 이상 지속 되면서 국민들의 심리적 피로도가 어느 때 보다 깊어진 상태다. 확진자 수가 늘어날수록 자신이 감염될 수도, 자가격리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하루 종일 검색하는 등 수시로 정보를 찾아보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화두를 차지하고 있다.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해 허탈해하거나 심지어 우울하다는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직장인, 기업인, 자영업자, 학생 등 각자의 분야에서 생계 또는 일상생활의 패턴이 무너지는 집단 패닉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들의 일상이 멈춰버렸다. 오래전 약속을 비롯 일상적으로 예정된 일정이 취소되고 만남 은 기약도 없이 미뤄져 버렸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고, 그렇지 않은 일터에서도 일과 끝나면 피신하듯 서둘러 귀가를 하고 있다.

볕 좋은 주말 동안도 본의 아니게 ‘자가 격리’에 들어선 일상 가운데 답답해서 마스크에 장갑까지 끼고 산책이라도 할까 나서보면 동네 사람들로 붐비던 산책로는 인적이 뜸하고 간혹 마주치는 이웃들조차 서로가 주춤거리고 마치 그 사람이 ‘바이러스’라도 되는 양 옆으로 비껴 서게 된다.

처음 환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마스크’는 ‘매너’였다. 상대방을 위해 나의 ‘비말’을 전파하지 않는다는 서로의 약속이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수천의 확진자가 나온 지금 ‘마스크’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방패’가 되었고, 타인은 ‘혹시라도 모를 전염원’이 되었다. 우리는 2020년 겨울에서 봄을 지나는 사이 계절을 잃어버리고 있다.

추위가 가고 얼음이 녹으면 화사하고 밝은 꽃무늬 옷을 꺼내입고 나들이 간다는 설렘을 잊어버렸다.

지난 년 말을 보내면서 바쁜 시기 지나고 삼겹살에 소주한잔 하자던 그 약속을 꺼내기 조차 두려워졌다. 우리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겪고 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었구나 라고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마냥 두려움에 주저앉아 있을수 는 없다.

시인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고 표현했던 그때는 지금보다 더 암울하고 적막했을 시기라 생각된다. 하지만 화사하고 영광 스런 봄은 주어졌었다.

두려워 하지 말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 나가야 한다. 공포 그 자체는 면역력을 약하게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즐겁게 웃으면서, 재미있게 지내는 것이 바이러스를 이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위생에 주의하고 조심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있고 그 바이러스들은 끊임없이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변이를 하고 숙주를 위협할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꿋꿋이 견디어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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