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카메라 앞에 선 배우들 열연… 안방 1열 관객들 ‘엄지 척’

연극 ‘브라보, 엄사장’
코로나19로 3월 한 달간 무관중 생중계 공연
박근형 연출가 ‘엄사장 시리즈’ 신작
공식 유튜브 채널 ‘꺅티비’ 통해 첫 선

경기도립극단 배우들 새로운 방식 도전
맛깔나는 사투리·시선 처리로 무대 완성

관객들 실시간 채팅 통해 응원
“문화공연 즐길 수 있는 기회 얻어”
“오프라인 공연으로도 보고 싶다”

 

 

 

경기도문화의전당(사장 이우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3월 한달간 무관객 생중계 공연을 기획한 가운데 경기도립극단의 ‘브라보, 엄사장’이 첫 선을 보였다.

지난 12일 오후 4시 도립극단이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식 유튜브 채널 ‘꺅티비’를 통해 선보인 ‘브라보 엄사장’은 성폭력 가해자 엄사장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를 담은 블랙코미디 연극으로 ‘돌아온 엄사장’, ‘엄사장은 살아있다’를 잇는 박근형 연출가의 ‘엄사장 시리즈'의 새로운 신작이다.

극 중 부동산 사장 엄사장(김길찬)은 울릉도에서 자수성가한 지역 유지로, 자서전 집필을 계기로 남편과 사별한 후 보험사 외판을 하는 오미란(이슬비) 여사와 만나 호감을 갖는 사이로 등장한다.

 

 

 

 

엄사장은 보험을 들어주겠다며 오여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부른 뒤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후 오여사는 엄사장을 고발하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으나 진척은 없었다.

오미란은 복수를 해주겠다는 오빠 오동식을 붙잡고 “내는 다 잊었는데…, 정신 차리고 살려고 하는데 와 경찰서 들락거리고 내보고 참말 죽으라는기가”라며 “세상이 변하나? 사람이 변하나? 법이 저 사람들 편인데 오빠가 계속 그러면 내만 더 힘들다”라고 애원했고, 오동식은 “분통 터져 안그러나. 잊으면 잊을수록 저놈들은 더 웃고 히히덕거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을 짓밟을끼다”라며 원통해했다.

이 와중에 엄사장은 동네 사람들의 축하 속에 호수다방에서 자서전 ‘사람이 땅이다’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내빈으로 허경영, 강용석, 장시호 등 익숙한 이름이 소개돼 웃음을 자아냈다.

출판기념회 도중 포항 북부경찰서에서 출동한 강력반 형사들(윤성봉·노민혁)에 의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체포된 엄사장은 겁에 질려 기절했으나, 사실 형사들의 정체는 오동식의 복수를 위해 나선 심부름업체 후배들이었다.

 

 

 

 

엄사장과 일대일로 마주한 오동식은 “니 내동생 미란이한테 와그렇게 큰 상처를 줬노? 내 동생 미란이가 참말로 꽃뱀이가?”라며 급기야 전기 고문을 준비하자 엄사장은 “참말로 미안하다. 나도 나이먹고 양식있는 사람이다. 미란씨 보니까 참을 수 없이 좋았다”고 고백했다.

오동식은 그날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라고 다그치며 스스로 고문했고 엄사장이 괴로워하며 “꽃뱀 아니다. 내 미쳐서 그랬다”고 울부짖었다.

“겨울에 눈내리는 날이었다”고 외치는 엄사장의 뒤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오여사가 등장했고, 오여사는 헝크러진 모습으로 바들바들 떨면서 ‘이러지 마세요’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엄사장이 “우리 부동산 보일러실에 가둬두고 손발을 묶고…, 정말 좋아했는데 나는 죽일놈이다”라고 발악하는 장면에서 오여사를 비추는 파란빛 조명이 더욱 애처롭게 만들었다.

도립극단은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없는 대신 생중계라는 새로운 방식에 도전했고, 평소와 달리 카메라를 보고 연기해야하는 배우들은 맛깔나는 경상도 사투리와 어색함없는 시선처리로 무대를 완성했다.

 

 

 

 

무대가 전환되는 장면은 암전된 상태에서 ‘경기도문화의전당 현장 생중계’라는 알림으로 표시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관객들은 실시간 채팅을 통해 “코로나19로 문화생활이 어려운 시기에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안방 1열에서 보니 이런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오프라인 공연으로도 보고 싶다”고 응원을 전했다.

한편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예정된 공연을 취소한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3월 한달간 안방까지 공연장을 확대하는 ‘예술로 다가가기’를 진행한다.

/신연경기자 shinyk@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