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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통일案보다 현안문제 치중

대선 후보들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쟁점 중 하나인 대북정책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많은 정책과 공약을 쏟아놓았다.
하지만 '총론은 막연하고 각론은 대증(對症)적'이라는 평이 적지 않다.
◇북핵문제 = 세 후보 모두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평화적 해결, 한.미.일 공조 화와 '한국 주도권' 행사 등 '총론'에는 입장을 같이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시각차가 뚜렷하다.
이 후보는 "대화와 설득은 계속하되 핵문제 해결과 대북경협 및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는 대북 현금지급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노 후보가 주장하는 일괄타결 방식에는 분명하게 반대한다.
이 후보는 다만 "필요성이 인정되는 선에서 인도주의적 대북지원과 민간교류는 지속시키며 병행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단서를 붙여놓고 있다.
반면 노 후보는 북한 핵개발은 반드시 폐기돼야 하지만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현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노 후보는 "북한의 핵개발 중지와 미국의 적대관계 중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는 "경제제재 수단을 사용했다가 잘못하면 남북간 대화통로가 막히고, 전쟁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며 이 후보의 자세를 겨냥하고 있다.
정 후보는 북핵 문제는 민족의 존망이 걸린 사안인 만큼 통상적인 대북 정책과는 구분해야 한다면서 북핵 문제에 관한 한 강경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네바 협정 파기나 미국의 무력사용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는 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남북대화는 지속하되,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대북 현금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쌀.비료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는 이 후보는 '先핵포기-後협상', 노 후보와 정 의원은 '미국의 우려 사항과 북한의 요구사항 일괄 타결'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북정책 = 대북포용 정책기조 유지라는 총론에는 일치하지만, 현 정부의 햇볕정책 평가 등에 대해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햇볕정책에 대해 이 후보가 비판적 시각인 반면 노 후보와 정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은 대체로 긍정적 평가 속에 '국민적 합의'라는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세 후보 모두 군사적 신뢰구축을 강조하는 점은 일치하고 있다.
이 후보는 "햇볕정책은 군사적 신뢰구축 없이 교류협력만으로 평화구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며 군사문제 해결과 교류협력의 전략적 병행추진을 제안하고 있다.
또 향후 북한과 대화 협력은 ▲전략적 상호주의 ▲국민 합의와 투명성 ▲검증 등 `3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는 또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대선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이유로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주자들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조기 답방을 찬성한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관광특구 지정과 육로관광이 이뤄져야 계속할 수 있다며 "금강산 관광이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지만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사업은 할 수 없고, 혈세를 퍼부어 엉뚱한 데 쓸 수는 없다"는 부정적 입장이다.
반면 노 후보는 '햇볕정책' 대신 '남북화해협력'이나 '평화번영정책'이란 용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햇볕정책의 기조 유지를 강조한다.
노 후보는 현 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남남 갈등을 유발한 국민적.초당적 합의의 미진을 꼽으면서 '국민과 함께'를 강조, 야당과 합의절차를 중시하겠다며 국회에 초당적 기구 설치를 제안해놓고 있다.
이 후보의 '전략적 상호주의'에 대해선 "대북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와 지속이 긴요하다"며 심지어 "이번 대선에서 냉전희구 세력이 힘을 얻게 된다면 다시 한반도 정세는 강대국이 주도하는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다.
한미관계는 동맹관계를 중시하되 한국과 협의 없는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정책은 있을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정 후보의 대북 정책 역시 노 후보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합의를 기조로 한 포용정책의 지속적 추진으로 요약되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을 강조하는 점도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다.
다만 정 후보는 투명한 대북정책 추진과 군축을 강조한다. 그의 대북정책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유지 발전, 긴장완화 및 군축에 기초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경제협력을 통한 사실상 한반도 연방 구축, 인도적 지원 추구, 북한의 국제사회 일원화 지원, 장기적 관점의 민족통일 추진 등이다.
금강산 관광 및 대북지원의 경우엔 현대그룹이 깊이 관여한 탓인지 "금강산관광 사업의 성공 여부 평가는 5년 정도 봐야 한다"며 관대한 입장이지만 북핵 문제가 불거진 뒤 입장이 다소 흔들리는 양상이다.
세 후보의 이런 대북정책은 체계적인 통일방안보다는 남북관계의 대증적인 요법들을 정책ㆍ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후보들의 개별 공약이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산가족.납북자.탈북자 = 이산가족 문제에 관한 한 이 후보의 공약은 현 정부의 정책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 다만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 문제를 남북대화에서 공식 제기하겠다는 약속을 한 점이 눈에 띌 뿐이다.
탈북자 문제는 국내외 민간 단체나 국제기구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탈북 동포지원기금'을 조성하겠다거나 교육과 보호를 맡을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노 후보는 '탈북 동포의 문제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인권문제'라며 탈북자들의 한국행이나 이미 입국한 탈북자 정착 배려 강화를 약속한다. 다만 '북한동포 인권문제의 딜레마'가 있다며 탈출 러시 등의 급진적 변화는 막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납북자 문제는 납북자 송환과 납치에 대한 사과를 받아야 하지만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 현 정부와 큰 차이점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산가족 상봉 규모를 대폭 늘리고 '남북 이산가족교류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푼다는 계획이다.
정 후보는 이 문제와 관련, 인도주의 차원의 대북지원을 계속하는 동시에 인도적 요구에 대해선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등 실종자는 반드시 귀환조치 돼야 하며, 이를 남북회담에서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는 탈북자나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중국, 미국, 일본, 몽골 등과의 협의, 더 나아가 국제협약 체결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 탈북자동지회 한 관계자는 "세 후보가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탈북자 문제의 복잡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후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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