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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슴도치의 딜레마 (Hedgehog’s Dilemma)

 

 

 

추운 날씨가 되니 고슴도치의 딜레마가 생각난다. 털이 가시로 되어있으니 겨울이면 얼마나 추울까싶다. 그래서 온기를 나누고 싶지만 서로의 바늘에 찔려 상처를 입게 된다. 멀리 떨어져 있자니 추위를 혼자 견디어야 하는 입장이다.

딜레마 (Dilemma)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되어있다. 한자어로는 진퇴양난 (進退兩難) 이 되겠다. 요즘 아이들 용어로는 ‘빼박캔트 (Can’t)’라고도 한다. 딜레마는 생활 곳곳에 진 (陣) 을 치고 나를 기다린다. 사업이나 장래가 달린 큰 일부터 시시콜콜 사소한 일까지 자주는 아니지만 딜레마에 부딪칠 때가 있다.

연말 휴가중에 버디 코칭을 하면서 정한 나의 이슈는 안방에 일 년 동안 잔뜩 쌓아 놓은 책에 대한 것이었다. 방안에 발 디딜 공간도 없을 만큼 잔뜩 쌓아 놓은 책을 그대로 놔 둘 것인지 서가로 옮겨놓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 동안 읽고 쌓아 놓은 책을 보며 느꼈던 뿌듯한 마음과 여유로운 공간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 간의 딜레마가 있었다. 그냥 놔두자니 비좁고 서가로 옮겨 놓자니 급할 때 찾으러 올라가기가 귀찮은 것이다. 결국 타협이 이루어졌다. 당장 강의자료 만드는데 참고하거나 시간 날 때마다 읽을 책 몇 권만 남겨 놓고 모두 서가로 옮겨 놓기로 했다.

쇼펜하우어와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인간관계의 내향성과 고립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말을 사용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하지만 각자의 이기심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경험을 맛보게 된다. 그로 인해 인간관계는 더욱 신중하고 서로에게 약한 모습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는 내 스스로의 자립과 상대방과의 일체감 사이에서 발생하는 두 가지 욕망에 의한 딜레마를 나타내는 말이다. 마음속에 담아 두었으나 아직 표현하지 못한 채 상대방에게 다가가서 받게 될 몸과 마음의 상처가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심리학적 표현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저런 만남으로 나와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이런 저런 이유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휴대폰에 연락처만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만남은 고사하고 온라인 소통조차 안 되는 사람들과는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그 어쩌다 한번을 기대하기란 내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번은 결심을 해야 한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 할까 아니면 모른 척 그냥 지낼까 고민하며 어설프게 먼저 연락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그 시기를 놓쳐 버린다. 상대방도 나에 대해 똑 같은 감정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 내게 고슴도치 딜레마는 주로 연말 연초에 생긴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가까이 다가서기다. 가시에 찔려 보기고 하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추위에 떨다 보면 가시가 없는 머리를 맞대어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 나온다. 내가 먼저 다가서는 것. 그것이 해결책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포근하다. 가까운 인연들에게 새해 덕담이 담긴 짤막한 메시지라고 보낼 여유를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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