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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강변 산책

 

 

 

걷기가 몸에 좋다는 걸 모르는 바보는 없다.

그러나 도회지에서, 특히 서울에서 걷기운동은 사실 좀 어렵다. 우선 공기가 안 좋아 매연 속을 쉽게 걸을 마음이 안 생긴다.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우리 몸은 편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표면에 닿는 면적이 넓을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서 있는 것보다 엉덩이를 걸치는 것이 편하고, 그보다 좀 더 편한 자세는 반쯤 몸을 누이고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다. 그보다 더 편한 자세는 말할 것도 없이 자리에 삐딱하게 눕는 것이다.

결국, 가장 평안을 느끼는 자세는 눈감고 숨 안 쉬는 죽음의 세계다. 죽지 않으려면, 병들지 않으려면 사람은 움직여 줘야 한다.

원시사회는 물론 농경사회에서도 사람들은 부단히 육체노동을 했다.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사람의 손발 대신 그 자리를 기계가 맡게 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편한 것을 좇게 되었다.

그러나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우유를 받아먹은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훨씬 더 건강하다. 그만큼 발로 뛰기 때문이다. 발로 걸으면 우선 온몸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발끝에서 두뇌까지 온 세포를 다 활성화시킨다.

디스크 환자도 걸으면 낫는다. 골다공증도 걷기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주면 예방할 수 있다. 심장병, 고혈압, 당뇨도 적절한 걷기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다. 다 알면서도 못하는 게 또 걷기다.

다행히 내가 사는 집 앞에 한강 자락을 끼고 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강변으로 나간다. 초봄의 강변이라니. 연녹색 수양버들 새순이 가히 천하 절경이다. 그 녹음 짙은 강 자락에 들어서기만 하면 세로토닌이 절로 솟는다. 정말 좋다. 급하게 걷지 않아도 된다. 나는 요새 그 푸른 한강 변을 뒷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걷는다. 길가의 나뭇잎 하나 풀잎 하나도 찬찬히 살펴보면서….

참 조화롭고 경이롭고 놀랍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하루가 다르게 잎사귀들이 늘어난다. 발밑에 밟히는 잡초들도 시각을 다투며 무성해진다. 그 짙은 풀잎 냄새를 걷지 않는 이는 알지 못한다. 걷기는 몸에도 좋고 정신도 맑게 해준다. 천하의 쳐 죽일 놈도 걷다가 보면 다 용서가 된다.

최근에 나는 광진교를 걸어서 천호동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기도 한다. 환경친화적으로 다리를 꾸며 놓아 가다가 잠시 의자에 앉아 쉬어가기에도 좋다. 다리를 건너며 사색도 하고, 또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좋지 않은 생각들을 강물에 던져버리기도 하고, 걷다가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요즘 인기 있는 트로트 노래를 구성지게 불러보기도 하고 자유롭게 한강 다리를 걷는다.

이게 바로 걷기운동에서 얻는 덤이다. 그렇다. 걷기는 건강에만 좋은 게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 준다. 걸어보라. 아웅다웅거리던 그들 마음속의 시름들이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평안함이 온다.

나는 또 글을 쓰다가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한강 변을 걷는다. 걷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인스피레이션이 섬광처럼 떠오른다. 부리나케 들어와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렇게 쓴 글들이 건강하다. 되지도 않는 글을 억지로 책상머리에 앉아 손가락으로 써놓은 억지 글엔 공감대가 없다. 감동이 있을 리 없다는 소리다.

그대 사는 것이 고달프면 걸어라. 무조건 걸어라. 걸으면서 생각하라.

걷기가 그대의 힘든 삶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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