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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교활한 악마

속임수를 잘 써서 믿을 수 없다는 뜻의 ‘교활(狡猾)’은 상상 속의 두 마리 동물 이름이다. 중국의 기서(奇書)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한다. 내용은 이렇다. ‘교(狡)’는 모습은 개와 같고 몸에는 표범 무늬가 있으며, 소처럼 뿔이 나 있는 짐승으로 개 짖는 소리를 낸다. ‘활(猾)’은 생김새는 사람 같은데 온몸에 돼지털이 숭숭 나 있으며 뼈가 없는 동물이다.

그런데 이들은 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몸을 똘똘 뭉쳐 조그만 공처럼 변신하여 제 발로 호랑이 입속으로 뛰어들어 내장을 마구 파먹는다. 호랑이가 그 아픔을 참지 못해 뒹굴다가 죽으면 그제야 유유히 걸어 나와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교활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먹이로 덫을 놓는 간교함이 말 그대로 얼마나 교활한가?

영국의 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악마의 덫’ 이라는 덩굴식물이 나온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덩굴손과 촉각이 예민한 덩굴 덩어리로 이뤄진 이 식물은 자신의 몸에 닿은 모든 것을 감아서 질식사 시켜버린다.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면 더 빠르고, 더 단단하게 감아버린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말을 건네는가 하면 부드러운 미소로 손을 내민다. 간계와 술수도 능수능란하다. 그의 손을 잡기만 하면 모든 고민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악마는 사람을 속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의 존재여서 그 모습의 표현은 종교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악마라는 말은 원래 불교에서 유래하였는데, 불도(佛道)를 방해하는 악신, 사람들에게 재앙을 주는 마물(魔物)을 가리킨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에서는 돈, 권력, 성욕을 이용하여 인간을 나쁜 길로 유혹하는 존재로 여긴다. 타락한 천사, 혹은 사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인들도 잘 아는 성경 속 루시퍼, 벨제불, 벨리알 등의 사탄이 여기에 속한다.

코로나19 환란 속에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드러난 행적이 공분을 사고 있다. ‘20대 교활한 악마’가 놓은 덫에 걸려든 한국 사회,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안타깝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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