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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유족 "北 소행인지 말해달라"… 문 대통령"정부입장 변함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천안함 피격을 비롯해 서해에서 벌어진 남북 간 무력충돌 과정에서 희생한 국군 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 서해에서 발생한 남북 간 무력충돌에서 희생된 55용사를 기리는 날로, 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문 대통령의 헌화·분향 도중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갑작스레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1분여간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윤 여사는 문 대통령에게 "이게(천안함 폭침) 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며 "여적지(이제까지) 북한 짓이라고 해본 적이 없다. 늙은이의 한을 좀 풀어달라"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정부의 공식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윤 여사는 그러자 "사람들이 누구 짓인지 모른다고 할 때마다 제 가슴이 무너진다. 대통령께서 늙은이의 한을 꼭 좀 풀어달라"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걱정하시는 것 저희 정부가 (살펴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천안함 피격은 북한의 도발'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3월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여사는 앞서 천안함 피격 후 고인의 사망보상금 가운데 1억원을 해군에 기부한 바 있다.

 

윤 여사가 문 대통령에게 다가간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두고 경호상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측은 "윤 여사는 대통령의 헌화와 분향을 지켜보는 유족 대열 제일 앞쪽에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던 분이 갑작스레 앞으로 나오니 제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고령인 유족을 함부로 제지하는 것도 기념식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윤 여사 외에도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과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유가족, 천안함 피격용사 유가족 등 약 100명의 유가족이 참석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관계자들도 기념식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식장에 들어선 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맨 앞줄에서 고 윤영하 소령의 부친과 고 이상희 하사의 부친 등과 함께 착석해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으로 기념식에 임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향과 헌화를 했고, 이후 유족들의 인터뷰 영상을 시청했다.

 

그후 천안함 피격으로 희생된 고 임재엽 상사의 모친인 강금옥 여사가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을 들었다.

 

강 여사가 "네 이름을 부르며 숨죽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너를 평생 가슴에 묻어야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며 흐느끼자 일부 참석자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무거운 표정으로 경청하던 문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혔고,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기념식 뒤 문 대통령 부부는 '서해수호 55용사'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표현하기 위해 묘역 전역을 돌며 개별 참배와 헌화를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유족은 대통령에게 울면서 "(희생 용사들의) 엄마들이 왜 다 안 온 줄 아느냐. 아파서 그렇다"고 말했다.

 

다른 유족은 "군인연금은 나왔는데 보훈연금이 안 나온다"며 생활고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어떤 것이 잘 안 나온다고 하신 건가"라고 되물었고, 이 유족은 "살려달라. 몸도 아프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의 어깨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세월이 간다고 아픔이 가시겠나. 그래도 힘내시라"라고 위로한 뒤 참모들에게 "(사정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박건 기자 90vir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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