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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꽃들에게 희망을

 

 

 

『호랑 애벌레』는 애벌레 더미로 이루어진 애벌레 기둥을 발견하고는 뭔가 다른 삶을 기대하며 애벌레 기둥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만난다. 두 애벌레는 기둥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내려와 마음껏 풀을 뜯어 먹고 신나게 놀며 사랑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랑 애벌레는 애벌레 기둥의 끝에 뭐가 있을지 계속 궁금해 하고 결국에는 노랑 애벌레와 헤어져 다시 애벌레 기둥을 오른다. 홀로 남겨진 노랑 애벌레는 정처 없이 헤매다 나비가 되려고 고치를 만드는 늙은 애벌레를 만나고 노랑 애벌레는 나비를 꿈꾸며 고치를 만들고 나비로 다시 태어난다. 한편,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으며 기둥에 끝에 선 호랑애벌레는 그 끝에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때 호랑 애벌레 앞에 나타난 노랑나비. 호랑 애벌레는 노랑나비를 따라가 고치를 만들고 나비가 된다. 베스트셀러 작가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의 줄거리이다.

‘봄가을 두 번 피는 개나리’와 ‘봄에 피는 장미’는 분명히 ‘철없는 것들이고 철모르는 것들’이다. 시도 때도 없이 제 맘대로 피고 지면 누가 봄의 개나리를 기다리고 여름의 장미를 기다린단 말인가? 그런데 요즘 그런 철부지들이 많이 생겨났다. 출근길에 담장을 감싸고 있는 장미를 보며 작년 봄처럼 초봄에 피지나 않을까 조바심이 생긴다. 이맘때면 언론들은 남부지방에 무슨 꽃이 개화를 시작했고 언제쯤 중부지방에 올 것이라는 중계방송을 해대었다. 그런데 올해는 한 참을 지났는데도 꽃들에 대한 뉴스가 안 보인다.

온통 코로나19와 마스크 대란 뉴스 때문이다. 오늘은 확진자가 몇 명 늘었느니 언제 마스크를 배급한다느니 하는 뉴스가 전부이니 꽃 소식을 전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사람과 동물 인수공통 전염병이란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보통문제가 아니다.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웬지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 곧 닥칠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습도 걱정된다. 어쩌다 우리가 이런 세상을 만나게 되었는지 숨이 막힌다. 이건 우리 생존의 문제이다. 모두가 사람들의 탐욕과 무질서로부터 발생한 일들인 것 같다. 환경이 나빠져 아무 때나 꽃이 피고, 자연을 파괴하여 바이러스를 키우고, 나만 생각하다 보니 전염이 확산되는 인재이다. 질서를 무너뜨리면 안 된다.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모두가 죽는 길이다. 산수유가 피었지만 아직 감흥이 없다. 조만간 피어오를 목련이나 개나리 진달래에게 반길 만한 여유가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우리는 이겨 나가야 한다.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장하고 귀여운 아들딸과 손자손녀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하면 온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고 이 어려움을 능히 이겨낼 수 있다. 제발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하고 남 탓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불이 꺼졌어도 신사임당은 떡을 잘 썰고 아들 율곡은 붓글씨를 잘 쓰면 모두가 잘 될 것이다. 새마을지도자들은 열심히 방역활동에 매진하고, 의료진은 정성을 다해 환자를 치료해 주고, 새마을부녀회원들은 정성껏 마스크를 만들고, 국민들은 자기 위생관리에 철저를 기하면 확진된 분들이나 폐업직전의 소상공인들은 희망의 열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쓸데없이 네 탓 내탓하면서 기둥 꼭대기에 오르지 말자. 자기 이득을 위해 무엇을 찾고 있는 호랑 애벌레와 같이 되어서는 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각자 자기 일에 매진하는 것이 이 꽃 저 꽃을 다니며 수분해 주는 노랑나비인 것이다. 별 수고도 없이 제 멋대로 날아만 다녔는데 꽃들에게 수분이 되고 열매를 맺게 해주지 않는가? 하루속히 이 혼돈에서 벗어나 꽃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 제철에만 피는 철 들은 어여쁜 꽃들을 보고 싶다. 열매를 맺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꽃들에게 희망을 주자. 어서 빨리 이 터널을 지나 ‘꽃들에게 희망을’안겨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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