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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민주주의는 약자의 힘을 모으는 과정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불가한 현실이라 후보들도 힘들고 유권자도 SNS를 통한 선거정보가 다일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성공과 성취를 이야기 한다. 막노동꾼에서 서울대 법대를 들어가 다른 사회 계층으로 올라서게 된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거듭되는 실패로 무일푼 노숙자가 된 이후 한 가지 사업 아이템으로 대박을 쳐서 성공한 것이 롤모델이 된다.

나의 경우는 어떤 성취감 때문에 일을 벌이는 걸까? 단체를 만드는 일을 꾸준히 솔솔찮게 벌여 왔다. 주제넘은 오지랖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을 작게나마 변화시키는 일은 혼자의 힘이 아니다. ‘왕자의 키스를 받고 깨어난 백설 공주는 결혼하여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현실에 없다.

소수자들이 힘을 갖추는 방법은 집단적인 투쟁, 바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내는 것이다. 개개인이 대등한 능력을 월등하게 갖추거나 집단적으로 투쟁하거나, 나처럼 몸도 머리도 부족한 사람들은 모여야 힘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내 힘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어린 시절 농촌 마을에서 자라고, 대학에서 배워왔던 법학은 민주주의의 기초공부인 셈이다. 뛰어난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무리와 다수의 힘은 결국 세상을 전복시킨다.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경험들이 쌓여야 한다.

몇 년 전 ‘수원장애인유권자연대’를 만든 것도 그러하다. 장애인들이 정치 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 한 명의 개인이 유능하다고 하더라도 인정해주지 않는 부분이 많다. 장애인유권자연대는 장애인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발판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다들 바쁘고 생계의 문제로 힘들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자꾸만 세상 밖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 제도가 바뀐다. 평등한 사회, 인권이 기반이 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수원장애인유권자연대’를 만들기 위해서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처음부터 목적이 뚜렷했던 건 아니다. 만나서 함께 먹고 마시고 떠들다 보면 일이 생겨나고, 도모할 수 있는 이슈가 생긴다. 목적을 위한 만남은 사실 오래 가지 않는다. 서로 정들고 마음을 맞추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장애유형별 단체장들이 하나 둘 모이게 됐다. 장애인 유권자들이 모여 어떤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수원시의 정치 지형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바로 정치인들이 장애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개별 장애인들의 어려움은 모두 공감하기 힘들다. 개개인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다 충족시키기도 어렵다.

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누구나 갖고 있다. 약자로서 살아가는 설움이 크다. 사회에서 소외받고, 무시당할 때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억울함과 불만이 쌓인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함께 서로를 기댈 수 있는 조직의 구성이다. ‘내가 만들지 뭐’ 라고 쉽게 생각해 왔던 집단의 힘을 절실히 느낀다. 같이 할 때 외롭지 않다.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든든한 지원군과 친구가 생긴다.

끊임없이 내가 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고, 서로 연결을 시키면서 ‘같이하자’는 아이디어를 논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의 사무실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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