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함께하는 경영]대한민국 경제의 아픈 기억, IMF 사태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일이지만 필자는 여전히 그 날을 기억한다. 1997년 11월 21일 저녁,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국민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이하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IMF는 회원국 나라들이 낸 돈을 모아 두었다가 경제가 어려운 나라에게 빌려줌으로써, 가입국들이 외화자금을 원활히 마련할 수 있게 돕고, 세계경제 번영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IMF에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 모델이 가진 모든 문제를 순식간에 보여준 1997년의 외환위기, 이른바 IMF 사태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라 빚은 총 1,500억 달러가 넘고, 이 가운데 당장이라도 갚아야 할 돈이 많은데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은 4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외환 보유액은 한마디로 나라가 급할 때 쓰려고 달러로 챙겨 놓은 비상금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다른 나라에 진 빚을 갚거나 글로벌 경제상황이 나빠질 때를 대비해 일정 기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한다.

호황만 계속된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태국의 고정환율제 포기에 따른 통화위기가 우리나라로까지 전염되면서 외국계 자본의 급격한 이탈이 이루어졌다. 1997년 12월 18일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9.4억 달러까지 감소하였다.

1997년 12월 3일, 정부는 IMF로부터 21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승인받았다. 더불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100억 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이 4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여 총 350억 달러의 국제기관의 지원이 결정되었다.

다음날인 12월 4일 긴급히 55억 달러가 공수되었다. 그리고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 추가로 200억 달러가 지원되어 총 55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이렇게 우리는 국제적으로 550억 달러의 빚을 진 채무국가가 되어버렸다.

이로써 간신히 국가부도 사태는 면했지만, IMF는 우리나라에 가혹한 경제구조 조정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IMF 요구에 따른 긴축과 고강도 구조조정을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환율이 치솟고 주가는 폭락했다.

1980년대 이후로 달러당 환율은 대부분 800원에서 900원 사이였는데, 1997년 12월에는 무려 1천900원대로 상승하였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매우 중요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적당히 상승할 때 해당되는 말이다. 일시적이었지만, 환율은 무려 2천원을 넘긴 적도 있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수많은 주식들이 휴지 조각이 됐고, 국민들은 달러가 없어 나라가 부도날 수도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대우그룹과 한보그룹 등 재계 30위권 이내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수십만 명이 정리해고를 당해 길거리로 몰렸다. 그렇게 1998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1998년 2월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IMF의 개입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고 강력한 경제개혁에 착수했다. 또한 국민들도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외환보유액은 이듬해인 1998년 말 520억 달러로 증가했다. 1998년 12월 IMF 긴급 보관 금융에 18억 달러를 상환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금융 위기의 그늘에서 서서히 벗어나갔다.

2000년 12월 4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의 모든 차관을 상환하였고, 우리나라가 'IMF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라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후 2001년 8월 23일 대한민국에 대한 IMF 관리 체제는 종료되었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받은 구제 금융을 모두 상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위기는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올 수 있다고 했던가. 코로나 사태와 같은 급성 심장병이 한국 경제에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부정적인 경제 전망 속에서, 항상 경계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다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게 수출주도형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숙명이 아닐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