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유산여행]공자의 도가 깃든 대구 ‘도동서원’ 2

 

 

 

 

 

지난 여행에 이어 대구의 도동서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수월루 2층에서 강당 방향을 바라보면 기둥과 기둥사이로 환주문과 중정당이 일렬로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거인재와 거의재가 마주하고 있다.

중정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환주문을 통해야 한다. 환주문은 수월루 바로 뒤에 위치한다. 수월루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환주문에 다다른다. 수월루가 있기 전에는 이 환주문이 도동서원의 정문이었다. 환주문은 매우 인상적인 문이다. 너비가 약 1m 남짓이고 높이가 170㎝가 안되는 문이다. 따라서 환주문을 통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성인들은 몸을 반드시 숙여야만 가능하다. ‘내 마음의 주인을 부른다’라는 환주문의 뜻을 생각해보면 ‘주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환주문을 통과하듯, 자신을 한껏 낮춰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 ‘주인’은 도동서원에 모셔진 ‘김굉필’ 선생일 수 도 있고, 아니면 학문의 목표에 도달한 ‘나’일 수도 있다. 혹은 김굉필 선생을 통해 학문의 목표에 도달한 나 일수도 있겠다.

환주문을 오르다보면 환주문 편액과 함께 중정당에 걸린 편액들이 모두 일렬로 눈에 들어온다. 중정당 외부에 걸린 ‘도동서원’ 편액과 함께, 중정당 내부에 걸린 ‘도동서원’, 그 아래 걸린 ‘중정당’ 편액까지 신기하게도 비좁은 환주문을 통해 한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작고 소박해 보이는 환주문이지만 의외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많다. 첫째는 계단 소맷돌의 문양이다. 환주문을 오르는 돌계단은 좁고, 계단 양옆을 마감한 소맷돌 모양도 투박하다. 그런데 계단 첫머리 소맷돌에는 꽃 봉우리를 조각해 장식했다. 연꽃봉우리를 닮은 듯하다. 두 번째 요소는 환주문 바닥의 정지석이다. 정지석은 문이 안으로 밀리는 것을 막는 장치이다. 그런데 이런 정지석의 문양도 연꽃봉우리를 닮은 꽃모양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맑고 깨끗함을 잃지 않아 ‘군자’에 비유되었다. 몸을 낮춰 환주문을 통과하다보면 군자에 이른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계단 소맷돌에서 시작된 연꽃 봉우리는 정지석을 거쳐 십자로 짜여진 도리방향 공포부재인 첨차의 기둥머리에 활짝 핀 모습으로 베풀어졌다. 아주 작은 요소이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세 번째 요소이다. 네 개의 기둥머리에 꽂힌 첨차는 거꾸로 매달린 채 피어있는 꽃모양으로 일반적인 것과는 달리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마지막 요소는 사모지붕 위의 절병통이다. 환주문은 모임지붕이다. 모임지붕의 한 가운데는 빗물이 스며들기 쉬워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절병통 같은 장식들을 만든다. 환주문 사모지붕의 절병통은 작은 항아리를 뒤집어 놓은 듯한 투박한 모습이지만 햇빛을 받으면 유난히 반짝인다. 옛날에는 그냥 시루를 올려놓기도 했었다고 하니 환주문과 잘 어울어지는 요소들이다.

환주문 옆으로 이어지는 담장은 강당 전체를 감싸고 있다. 이 담장은 사당의 담장과 함께 1963년 보물 350호로 지정되었다. 담장은 위 아래로 다른 형태의 담장이다. 아랫부분은 흙과 돌을 섞은 토석담장으로, 다양한 크기의 돌들을 층층이 쌓아 마치 담장의 기단처럼 보인다. 윗부분은 흙과 기와를 이용했다. 황토 중간 중간 암기와를 넣어 선을 표현했고, 선과 선 사이에 수막새를 넣어 단조로움을 피하면서도 장식을 더하고, 더불어 음양의 조화를 꾀했다. 담장 맨 위의 마감은 기와지붕으로 덮었다. 전체적으로 토담이지만 격식을 갖춘 모습이다. 지형의 높낮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담장의 높이가 달라진다. 또한 흙과 돌, 암기와 수키와 등 소재의 다양성으로 인해 담장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도동서원은 볼수록 매력적인 곳이다. 다른 여느 서원과 달리 미학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이들을 찾고 발견하는 기쁨이 있는 곳이다. 그러한 기쁨은 우리의 일상에 찾아드는 작은 행복을 느끼는 기분과 같다. 소리 소문도 없이 성큼 봄이 왔다. 작은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봄이 떠나기 전에 대구 도동서원에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