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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총선과 투표율

 

 

 

이제 선거가 일주일 여 남았다. 이번 선거는 아마도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만한 선거가 될 것 같다. 그만큼 “초유”의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초유”의 상황은, 코로나 19라는 전무후무한 전염병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 사태를 겪을 바 있지만, 이번처럼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19는 선거의 투표율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투표율과 정치 지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선거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먼저 투표율을 보자. 과거에는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측이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측이 유리하다는 “이론(理論)”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이론이 들어맞지 않는다. 세대에 따른 투표 양상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단언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즉, 과거 이런 식의 이론은, 젊은 층들은 진보이지만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는 반면, 중장년층들은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 투표에 항상 적극적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곧 진보적 젊은 층들의 투표 참여가 증가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이런 주장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 갤럽이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RDD방식 전화면접 조사)를 보면,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20대는 52%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는데, 이는 긍정평가의 평균인 56%보다 낮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연령별로 볼 때도, 20대는 60대 이상 연령층 다음으로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2019년 9월 17일부터 9월 19일 3일간 실시한 갤럽 여론조사(만 19세 이상 100명을 대상으로 RDD 전화 면접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를 보더라도, 조국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20대는 30%로 전체 평균 36%보다 낮았고, 전 연령대에서 보더라도 60대 다음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지금 20대들이 반드시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희박하다. 그렇기 때문에 20대들의 투표참여가 많아지더라도, 이들의 진보 성향이 투표 결과에 반영되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들 20대들의 정치 성향은 진보 성향이라기보다는 반(反) 권력 성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20대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가장 민감해서, 정치적 현상에 의한 피해에 대해 다른 연령대 보다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투표율이 높을 때, 진보 측이 유리할 것이라는 등식은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졌을 때다.

즉, 1987년 6.10 민주 항쟁이나, 지난 2016년 겨울의 촛불 집회와 같이,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있은 직후 치러지는 선거는 투표율이 높다. 또 다른 경우는 유권자들의 실망감 혹은 분노지수가 높을 때 투표율이 높다. 이럴 경우, 유권자들에게 선거란, 자신들의 분노 혹은 실망감을 표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높을 경우, 아마도 유권자들의 실망 혹은 분노가 투표율을 끌어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는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최근에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지는 계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투표율이 높을 경우, 유권자들의 분노와 실망감이 여당을 향할지, 아니면 야당을 향할지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분노와 실망감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최소한 한 쪽은 대패(大敗)할 확률이 높다. 여기서 말하는 대패란, 어느 한쪽 정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처럼 “적과 동지” 의식이 정치판을 지배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제 일주일여가 지나면 우리는 총선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제 대한민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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