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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잔인한 4월

 

 

 

어디로 눈을 돌려도 꽃 천지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뒤질세라 노랗게 핀 개나리 그리고 진달래와 유채꽃까지 합세하여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땅을 딛고 올라선 푸른 것들과 낮은 곳을 밝히는 민들레까지 노란 신호를 보내며 꽃소식을 북쪽으로 밀어주고 있다.

주말 나들이 약속을 취소하고 밭으로 가는 길이다. 밭을 갈아엎어 감자도 심고 상추며 아욱 등 채소를 심기 위해 가는 길에 황색 중앙선에 서 있는 흰 개를 보았다. 황색과 황색 줄 사이에서 꼬리를 뒤꽁무니에 바짝 붙이고 큰 눈을 두리번대며 서 있다.

양 방향으로 차들은 빠르게 달리고 흰 개가 검둥이가 된 녀석은 애완견 같았다. 집을 잃었거나 버려졌거나 한 모양이다. 온전히 길을 건넜을지 아니면 아직도 공포에 떨고 있을지 가출한 소녀가 떠올랐다. 세상 한 복판에 홀로 놓인 소녀도 저런 모습일거다.

막상 집은 뛰쳐나왔지만 오갈 데는 없고 세상 복판에 서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공포와 굶주림과 외로움에 떠는 모습, 누구나 일탈을 꿈꾸지만 그 일탈 또한 정해진 규칙과 틀 안에서 진정 자유로울 수 있다.

연을 날려 보라. 연은 높이 오를수록 연줄이 팽팽해지고 그 팽팽함 가운데 비로소 제 몸을 맘껏 날리며 뽐낼 수 있다. 정해진 만큼의 연줄을 당겼다 풀었다하며 고도를 조절하고 바람의 방향을 읽어내며 연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또한 긴장과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연줄이 끊기면 더 높이, 더 멀리 날수 있다는 생각도 하겠지만 연줄이 끊기는 순간 연은 방향을 잃고 맴돌다 결국엔 추락하고 만다. 연이 추락하는 것은 줄이 약해 끊겼거나 얼레가 제 역할을 못했거나 혹은 연 날리는 방법이 미숙했거나 여러 가지 원인이 있듯 아이들이 집을 뛰쳐나올 때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모와의 갈등, 친구의 유혹, 금기를 깨뜨리고 싶은 사회적 분위기 등 많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더러는 침묵하고 외면하려 했던 진실을 왜곡한 아이들이 준비 없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 위험에 노출되고 고통 받는 모습이 아프게 다가왔다.

저 개가 가출을 했는지 혹은 버려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차가 달리는 중앙선에 서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대단할 것이다. 나는 그냥 지나쳤지만 아니 달리는 차들의 흐름 때문에 멈출 수도 없었지만 누군가가 구했거나 개가 스스로 위험구역에서 안전하게 탈출했기를 간절히 바랬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호칭도 바뀌었을 뿐 아니라 반려동물 등록제를 실시한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지자체에 등록하여 잃어버리더라도 추적을 통해 빨리 찾을 수 있고 유기견의 정보도 파악할 수 있어 주인의 책임감을 높이는 역할에도 도움이 되는 제도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제도화가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듯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책임과 의무 또한 요구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관심과 사랑을 주는 만큼 바르게 성장한다. 식물들도 마찬가지다.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식물이 자란다는 말이 있듯 정성들여 심고 가꾸는 만큼 잘 자란다.

밭두둑을 높이 만들어 감자를 심었다. 그 안에서 주렁주렁 열린 감자를 생각하며 허리를 펴 들판을 보니 저 만큼 앵두꽃이 꽃 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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