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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승복’과 ‘포용’

민주주의 선거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만들지 않는 다는 말이 있다. 거기엔 승자가 다 가질 수 없고, 패자가 다 잃지 않는 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당장의 승리가 영원할 수 없고 승자라 하더라도 다음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게임 룰’ 때문이다. 패자 또한 마찬가지다. ‘게임 룰’ 속에는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기회가 주어져서다.

선거의 공정함으로 본다면 결과에 따른 ‘깨끗한 승복’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정치판에서 이러한 승복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특히 대선에서의 승복연설은 1860년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패한 스티븐 더글러스가 행한 이래 미국이 자랑하는 전통중 하나일 정도다. 국민들은 이들을 ‘위대한 패배자’로 부르며 미국을 초일류로 만든 ‘리더의 품격’이라 평한다.

국가지도자 뿐만이 아니다. 상·하의원들을 비롯 선출직 정치인들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해서 선거 과정 속에 두쪽난 여론과 심각한 사회분열의 치유를 위해 빠른 승복을 택한다는 그들의 정치문화를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기도 한다.

승복의 사전적 의미는 ‘납득하여 좇는다’다. 패자의 언어지만, 굴복·복종과 다른 것은 자의적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승복하기 싫더라도 국민과 대의(大義)를 위해 참는 ‘겸허한 승복’ 정신이 정치인의 중요 덕목중 하나라 얘기한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 있을까. 특히 투표에서 근소한 차로 진 사람들은 쉽게 실행에 못 옮긴다. 그 이유는 패배라는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일수록 강한 자에게 품는 질투나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 탓이라고 한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일찍이 이를 두고 ‘르상티망(ressentiment)’이 쌓여 그렇다고 했다. 르상티망이란 강자에 대한 약자의 시기심을 말한다. 패배를 남 탓으로 돌리며 시기심을 발휘(?)하니 승복도 나올 수 없고. 오히려 선거후유증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기 일쑤다.

21대 총선에서도 진땀 승부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초 접전지도 30곳이 넘었다. 갈린 민심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승복’과 ‘포용’이 넘쳐 났으면 좋겠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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