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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가운데에서 온 희망의 편지

자유롭지만 고립된 전염의 시대
무한한 사유와 엄정한 시선으로
인류애·일상성의 가치 성찰하다

 

 

 

2019년 말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과 사회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발병 시기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 기간 동안 우리 모두의 일상은 부드럽게, 서서히 산산조각이 났다.

이 유례없는 패닉이 지나고 난 뒤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을 것인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저자는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이탈리아 한가운데 있지만, 소설가의 무한한 사유와 과학자의 엄정한 시선으로 새로운 전염병이 불러온 현상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지금을 ‘전염의 시대’라고 진단하며 “이 전염의 시기가 폭로하는 우리 자신에 대해 귀를 막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또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사태 앞에서 허무와 고통만을 느낄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오늘에 이르렀는지 현상 이면을 섬세하게 읽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전염이 인간관계를 위태롭게 만들고 숱한 이들에게 고독감을 안겨줬다고 말한다. 집중 치료실에 격리돼 투병하는 환자, 겹겹의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물론 마스크가 채워진 입, 의심의 눈초리, 뿌리 없는 소문, 침묵에 휩싸인 거리, 문 닫은 상점들, 집에 홀로 머무는 시간 등 우리는 자유롭지만 동시에 고립됐다.

뿐만 아니라 전염은 우리의 나이, 성별, 지역, 국적, 인종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바이러스 앞에 인류는 모두 공평하며 오직 세 종류, 이미 전염이 된 감염자, 더는 전염될 수 없는 회복자, 그리고 감염 가능자로만 나뉜다.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홀로 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류를 위해 바친 기도문에서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았다”라고 언급했듯이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사회는 한 동네나 특정 도시가 아니다. 더불어 저자는 전염의 시대에서 ‘우리 사회’는 인류 사회 전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급속하게 무너진 건 일상성이다. 학교와 도서관이 문을 닫고 평범했던 활동에 제약이 따른 뒤에야 우리는 일상, 곧 ‘정상 상태’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갑자기 찾아온 공백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숫자를 세고 확인하는 일로 학교 결석 일수를 세고 감염자와 사망자, 완치자의 수를 세며 주식 시장에서 날아간 수십억과 마스크 입고 날짜, 단절된 관계와 단념한 활동을 센다.

저자는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를 통해 우리가 전염의 운명에 다시 묶이지 않고, 묶이더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그리고 함께 성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신연경기자 shin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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