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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코로나 시대, 책읽기가 구원의 영약(靈藥)이다

 

 

 

두 달 넘게 꺼지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여전히 뒤숭숭하고 침울하다. 우리 경제를 여기저기서 더는 버티기 어렵게 흔들어놓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생활문화까지도 바꿔놓았다.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도 지나고 봄꽃이 한창이지만 마음껏 안아줄 수 없는 4월도 잔인한 달이 되고 마는 듯하다.

인간을 위협하는 감염병 출구는 과연 있는 것일까. 전 세계 감염병 대응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를 ‘감염병의 시대’라고 명명했다. 감염병은 이제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 공동의 과제가 됐다. WHO는 코로나19확산에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포하고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할 것을 요청했다.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한국의 방역성과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 검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실시하는 방안으로 선별진료소에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의료가 새로운 한류의 선봉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간 의료진의 희생과 고통의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듯해서 반갑다. 100년 만에 가장 대단하다는 이번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재난의 와중에 피어난 연대와 성찰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이 열릴 수도 있다. 물론 섣부른 낙관보다 냉정하게 위기를 직시하는 것은 코로나19로 희생된 이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아직 각급학교가 정상화되지 않았다. 그나마 온라인 개학으로 조만간 일상으로 돌아갈 희망을 품게 하지만 불편한 낯설음이 오히려 반갑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콕’하는 많은 이들에게 잃어버린 봄만큼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하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서 인고의 시간을 가다듬어 고독감을 극복하고 세상이 절실함으로 보여 질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우울함과 고난으로 아린 가슴을 촉촉하게 치유하는 구원의 영약(靈藥)은 없을까? 책읽기가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독서는 힘들면 의지하는 종교 같은 존재다.

키케로는 “책은 청년에게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는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화창한 봄날 독서한다는 것은 춘의(春意)에 어긋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천의(天意)가 자연에 순응한다는 이 계절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어쩌랴. 예전 같았으면 궁상을 떨어 가당치 않은 일이다. 새로운 책을 읽기도 하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도 좋다. 예전에 읽었더라도 다시 읽으면 맛이 다르고 읽고 난 후에 갖게 되는 느낌도 다르다.

‘집콕’으로 갇혀있는 마음을 훨씬 밝고 유쾌한 상태로 만드는데 책이 도움을 준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역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켰던 인류의 영원한 멘토들도 만날 수 있다. 우리들은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내면(內面)의 빛으로 산다. 내면의 빛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로마의 희극작가 플라우투스는 “나는 보석보다 인격의 아름다움으로 장식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보석은 행운의 선물이지만 인격은 사람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임을 강조했다. 살아가면서 좋은 말을 하려면 내 안에 좋은 말과 좋은 글이 들어와 쌓여야 한다. 누군가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하면서 쓴 한 줄의 글, 정성을 다듬은 글이다. 마음과 머리에서 소화되면서 사고력의 자양분이 된다.

집콕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즐기면 재미도 있겠지만 생각하는 내공은 넓혀지지 않는다. 인간의 지적 상상력의 원천은 결국 책에 있다. 자신의 참모습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꾸려나가는 데는 책만 한 것이 없기에 그렇다. 삶의 순간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작품의 행간 속에서 현재의 삶을 사유하게 된다. 빠른 변이와 잦은 발병으로 정복되지 않는 감염병은 인류에게 있어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높은 인구밀도와 교통발달, 활발한 국제교류로 인해 180여 국가에서 감염병 확산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는 현대사회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할 것 없이 지쳐 있다. 한 권의 책은 정신건강의 원천인 마중물이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무한자원이 바로 오늘의 책 속에 있다. 코로나 시대, 속히 회복되어야 할 생명과 평화의 들녘, 독서를 즐기면서 청명한 5월의 하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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