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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원유(原油)의 늪

최근 세계경제가 마치 거대한 원유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따라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피폐해져가고 있는 실물경제가 검은 기름을 덮어 쓴채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원인은 세계 각국이 빗장을 걸고 경제활동을 멈춘데서 찾을 수 있다. 안 그래도 취약한 세계 경제가 골 깊은 침체 수렁에 빨려들면서 소비와 생산이 감소하고 원유 사용량이 급감, 기름이 남아돌고 있어서다.

유가가 대폭락 하는 현상도 원인중 하나다. 엊그제, 오는 5월 원유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을 기록했다. 37달러나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1배럴의 원유를 사서 가져가면, 원유 생산업체가 되레 37달러의 웃돈까지 얹어 준다는 의미다. 참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 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단순히 생각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돈을 받고 가지고 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저장 할 곳이 없어서다. 지금도 산유국은 물론 수입국들 대부분이 넘쳐나는 원유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유시설, 저장시설, 파이프라인, 심지어 바다 위의 유조선도 원유로 가득 채우는 비상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감당 역부족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국내 정유사들의 탱크도 가득 차 있고 더 채울 곳이 없다 보니 유조선이 제주 앞 바다에서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렇게 원유를 유조선 실은 채로 바다위에 보관하는 비용만 하루에 5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원유를 쓰지도, 내다 팔지도 못한 상태에서 추가 비용만 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사전에 장기 계약하는 원유의 특성상 유조선은 지금도 사흘에 한 척 꼴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니 얼마가지 않아 제주 앞바다가 유조선으로 가득 채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원유생산은 줄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전세계 원유 1일 생산 및 소비량은 약 1억배럴에 달했으나 팬데믹이후 7천만 배럴로 줄었고 감산은 1천50만 배럴 뿐이 안됐다. 산유국들의 헤게모니 싸움 덕분(?)이다. ‘과유불급’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어느 때 보다 요구 되는 시점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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