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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사마귀의 도전 정신-당랑거철(螳螂拒轍)

 

 

유년 시절 어느해 가을이었던가 시골 면소재지에 임시로 가설된 천막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에서 소림사의 무술승들이 화려한 권법으로 악당을 통쾌하게 쳐부수는 장면을 보며 환호했던 추억이 있다. 그때 본 소림권법은 너무도 멋지고 근사하여 중학교를 마친 겨울에 부모님 몰래 몇달 정도 쿵후 도장을 다닌 기억이 있다.

당랑권법은 청대 초기, 산동성 묵현(墨縣)의 반청복명(反淸復明)지사인 왕랑(王朗)에 의해 창시됐다고 하는데, 한때 한국에도 머문적 있고 이후 대만에서 무술을 전수했던 장상삼 노사(張詳三 老師)의 말을 인용해보면, “왕랑은 소림사에서 권법을 배웠으며 절을 떠나 수행 중 단통이라는 권법가와 겨루었다. 왕랑은 3일에 걸쳐 그와 싸워보았으나 이길 수가 없었다. 시합 후, 나무 아래에서 왕랑이 쉬고 있는데 매미 소리가 요란해 그쪽을 보니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해(당랑포선, 螳螂捕蟬) 나뭇가지를 주워 사마귀를 찔러 방해하자 매미는 도망가 버렸고, 사마귀는 나뭇가지를 향해 공격 태세를 취했다. 흠칫 놀란 왕랑은 나뭇가지로 이리저리 찌르고 사마귀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양앞발을 자세히 보니, 때로는 오른쪽이 앞, 왼쪽이 뒤, 때로는 왼쪽이 앞, 오른쪽이 뒤였다. 한동안 지켜보니 사마귀의 움직임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었다. 왕랑은 이 때 짧은 것을 가지고 긴 것을 치는 극의를 깨달았다. 그 뒤, 왕랑은 사마귀를 가지고 소림사로 돌아가 아주 세밀하게 그 움직임을 분석하여 결국에는 권법의 모든 것을 깨우쳤다”고 한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고사도 있다. 당랑이 앞발을 쳐들고 수레를 막는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장공이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는 길에 사람들은 공손히 길 양 옆으로 비켜서고 있었지만, 길 한복판에 웬 커다란 벌레 한 마리가 버티고 서서 앞발을 번쩍 치켜들고 수레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보고 장공이 마부(馬夫)에게 뭔 벌레냐고 물으니, 마부가 “이것은 사마귀(버마재비)라는 것으로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은 모르며, 제 역량을 모르고 적을 가볍게 여기는 벌레입니다”라고 했다.

장공은 “이 벌레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천하의 용장(勇將)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하며 수레를 돌려 그 벌레를 피하여 가니 주변의 무사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장공을 존경하여 섬기고 목숨을 다하여 용감하게 죽을 곳을 알았다.

저보다 큰 몸집에게도 발끈하여 화를 내며 앞발을 치켜세워 맞서는 허무맹랑한 용기를 지닌 당랑은 제힘으로 어찌 감당할 수 없음도 모른다. 이는 자기 재주가 뛰어나다고 믿기 때문이지만 무모한 싸움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자세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격의 싸움에도 결코 두려움이 없음이다.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지옥문이 활짝 열려 생업이 위태로울 지경이라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는 천문학적으로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거주 공간조차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고용이 없어 일자리 조차 구하기 어려운 이중고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당면한 사회구조의 부조리도 만만치 않음이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말고 젊음과 패기를 앞세워서 무모할지언정 과감하게 도전하여 미래를 개척하고 진보적인 의식과 자신의 소신 및 능력으로 불가능하게만 여겨지는 일들을 결국은 성공으로 이끄는 용기와 배짱을, 당랑이 상징적으로 표현한 싸움의 자세에서 배워 봄직하다.

감당 못할 위험과 무모함의 의미로 묘사되기도 하는 당랑이지만 바위에 깨지는 계란의 아픔없이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좌절하지 않고 물러섬 없는 도전정신은 인류의 역사 발전에 원동력이었으며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무조건 덤비려 하는 두려움 없는 싸움의 자세를 배워야 하며 불의와 거짓을 강요하는 세상을 향해 능동적으로 도전하고 항의하는 모습이 그와 같으며 총체적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사마귀라 일컫는 곤충이 수레에 대항하는(拒轍) 모습은 그러한 의미에서 배워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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