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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코로나19 보릿고개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요즘과 같은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저장해 놓은 식량이 다 떨어지고 대체식량인 보리는 아직 수확하기 이른 때라 먹을 것이 없어서였다. 당시 서민들은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예부터 이 시기를 1년 중 빈곤함이 가장 극에 달했다고 해 ‘보릿고개‘라 불렀다. 그리고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라고 했다. 춘궁기를 지내기가 오죽 힘들었으면 이런 말까지 생겨났을까 생각하면 짠하다.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노래가 인기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가슴 시린 보릿고개길/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초근목피의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중략)”가수 진성이 부른 ‘보릿고개’ 라는 노래다. 코로나19로 먹고 사는 문제가 반세기전 보릿고개를 넘던 어려움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서민들이 많이 부르고 있다.

사실 작금의 우리네 경제 상황은 과거 춘궁기 보릿고개 그 이상이다. 당장 중소 자영업자들의 속내를 들여다봐도 ‘적막강산(寂寞江山)’이 따로 없다. 평균 매출과 순이익이 40% 이상 줄었다. 소상공인들 중 63.4%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의류, 미용, 음식점을 비롯한 24개 주요 골목상권 업종 3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그 중에는 매출감소 -70.0%에서 -95.0%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시작이고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버티다 못한 서민들은 예·적금과 보험도 깨고 있다. 고비를 넘기기 위해 비상식량으로 묻어둔 독에서 곡식을 퍼내는 형국이다. 저축 해지는 1년 전과 비교, 41.4%나 급증(+2조 2,642억 원)했다. 보험 해지도 지난해 보다 29.5%로 증가했다. 노후와 미래를 위한 ‘안전장치’까지 스스로 해체하는 궁여지책이 동원되는 셈이다. ‘아무리 궁(窮)해도 종자(種子)는 먹지 않는다’고 했지만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는 ‘코로나19 보릿고개’. 서민의 고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슴 아프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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