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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단상]자신의 매뉴얼을 만들게 해주세요!

 

 

 

선생님!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면서요? 왜 아니겠어요. 일찍이 ‘코로나 19’만큼 무서운 건 없었잖아요. 비행기가 날지 않고, 가동을 중단한 공장도 있고, 가게엔 손님이 사라지고, 도서관·학원도 문을 닫고, 온라인 개학이라는 걸 하고… ‘셧다운’이라는 말 그대로 이러다가 우리 사회가 멈춰서야 하면 어떻게 하나,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이 모순·부조화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심지어 목숨도 잃고, ‘팬데믹’을 실감하면서 일상생활이 위축되는데도 대기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깨끗해졌다지 않아요? ‘세계의 굴뚝’인 중국, 유럽의 공기 질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역설적 현상이 네이처에 보고되었다는 뉴스 말이에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유럽우주국(ESA)의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로 ‘코로나 사태’ 전후를 비교한 세계지도와 푸른 별 지구 사진도 봤어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코로나가 물러가면 대기도 곧 오염되겠지!” 그런 기대(?)도 우습긴 하지만 “이참에 이대로 살자!”고 해도 말이 되지 않잖아요. 간단히 답할 수는 없겠지요? 문득 선생님을 떠올렸어요.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떻게 가르치실까? 대기가 오염되더라도 하던 일은 그대로 해야 한다거나 이참에 지금까지 하던 일을 다 그만둬야 한다거나, 어려운 주문이긴 하지만 어느 한쪽을 이야기하신다면 어떻게 되나 싶었어요.

더 큰 문제가 있어요. 전고미증유(前古未曾有)! 지난날에 있었던 적이 전혀 없었던 일? 새로운 일은 다 전고미증유에 해당하잖아요. 저는 그런 일을 보고 놀란 적이 없었어요. 학자나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매번 누군가가 나서서 “장차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해주었잖아요. 그 익숙함이 무슨 미증유겠어요?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를 보고 미증유란 바로 이런 일이구나! 비로소 깨닫게 된 거에요. 지난 1월 어느 날까지, 바로 전날 밤까지, 이 일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었을 테니까요.

어떻게 하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게 되었잖아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우리는 그렇다 치고 저 아이들은 어떻게 하죠? 무얼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나요? 어떤 매뉴얼을 만들면 저 아이들에게 “이대로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일단 선생님을 믿는 수밖에요. 이젠 우리에게 미증유의 사태가 언제나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럴 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고 의논하고 결정해야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세상의 무엇보다 절실하고 중요하다는 것, 그것만은 꼭 가르쳐주시기를 기대할게요.

선생님! 저는 이번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참으로 가슴 시린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의 엘리트들이 잘 정리해놓은 지식의 전수만으로도 충분하던 시대가 바로 며칠 전에 종료되었다는 것이 선생님을 얼마나 당혹스럽게 했을지, 교육의 새로운 길을 찾고 계실 선생님을 생각하면 그 외로운 길, 무서운 신념에 누구든 사랑과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학교는 인류가 물려받은 자원을 공유하고 자기 자신의 힘을 사회적 목적에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모든 사회기관들이 집결된 곳”이라는 말은, 온 세상이 학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교육은 삶의 과정 그 자체이지, 미래의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다!”라는 말이나 “학교는 삶의 전형적인 모습을 나타내야 한다!”는 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존 듀이 ‘나의 교육신조’).

생각만 해도 두렵지만 미증유 사태라는 게 또다시 닥쳐오고 장기간 등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 아이가 자신은 어떤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말씀드리고 승인 받고 구체적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선생님! 충심으로 안녕을 기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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