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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목련편지

 

 

 

목련편지

                                   /전영관

목필(木筆)이 바람의 휘몰이를 따라

초서에서 해서로 운필을 거듭합니다

봄날의 문장들을 습성처럼 받아 적다가

수런거림까지 채록하려 욕심냅니다

봄이 맨발로 바다를 건너오는

자란자란함이 눈부신 오후입니다

도시의 봄이란

전지당한 가로수의 당혹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대문 앞의 사내가 애인의 해사한 얼굴을

기다리는 동안이 봄의 기한이고

블라우스와 맞춤인 립스틱을 고르는 여자의 손길이

봄의 몸짓이라 하겠습니다

새물 올리는 나무에 귀를 댄 적 있는지요

남녘이라면 춘정에 겨운 나비가 는실난실

파도의 몸짓으로 팔랑거리다가

봄이란 모를 것이라고

느른하게 갸웃거리기도 하겠습니다

 

 

■ 전영관 1961년 충남 청양출생.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바람의 전입신고』, 산문집 『문장의 무늬』, 『슬퍼할 권리』, 『좋은 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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