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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효율적 국회? 원칙에 충실한 국회!

 

 

 

 

 

우리나라 국회는 매번 최악이라는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7대 국회도 최악이었고, 18대와 19대 그리고 20대 국회도 최악의 국회라는 타이틀을 경신했다는 뜻이다. 이렇듯 매번 최악의 국회가 반복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회가 일을 안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끝없는 대립으로 점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이런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번 21대 국회는 일을 하는 국회로 만들겠다는 것이 여당의 포부란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여당의 포부에는 걱정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의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왜 일을 안했다는 비판에 매번 직면할까? 국회가 일을 안했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는 바로 법안과 관련된 실적이 지극히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법안과 관련한 국회의 성적이 항상 낙제점이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법안 관련 성적이 낙제점이었던 이유는, 여야 간의 대립이 극심했기 때문인데, 이런 측면은 매우 중요하한 의미를 내포한다.

극한 대립과 거기서 파생된 우리나라 국회의 난맥상은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란 효율적인 제도는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란,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지사지하며, 역지사지를 통해 자신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상대를 설득해야할 부분이 있으면 설득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즉, 민주적 절차에 충실하면, 결론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는가를 의미하는 단어인 “효율성”은 민주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왜 중요할까?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는, 효율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역지사지하고 자신이 양보할 것은 양보한다는 말은 곧 상대방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해서 법이나 제도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도나 법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나 법이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야당도 항상 발목잡기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주장은 야당의 역할이란 여당을 견제하고 “발목을 잡아” 여당이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주요 임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권력 현상에서는 절대 선이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야당의 생각이 여당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당부터 나서서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여당이 요사이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 자구심사권한을 폐지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는, 법률 제정에 있어서 해당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마친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어 체계·자구심사를 거치게 돼 있다. 그리고 법사위 위원장은 관례상 야당이 맡게 돼 있다. 야당의 여당에 대한 견제권한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 권한을 폐지하게 되면, 야당은 여당의 전횡을 막을 방법을 상실하게 된다. 더구나 지금 여당의 의석수는 177석이나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맡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다 법사위의 법안심의 역할까지 무력화되면, 야당의 입장을 반영하기란 상당히 어렵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사위의 직무를 “조정”한다는 것은, 여당의 의견대로 빨리빨리 법안을 만드는 데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대의민주주의에 충실한 “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는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21대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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