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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의 생활 속 지혜]배신(背信)

 

 

 

 

 

배신, 배반(背反)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당연히 지켜야할 믿음’이나 ‘의리 등을 저버리는 것’이 배신이고 배반이다. 여기서 믿음은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을 말하고, 의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지켜야할 도리이다.

‘배신’은 그 행위의 결과가 드러나기도 하고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배반’은 완전히 돌아서 버린 것을 말한다. 신의를 저버리는 나쁜 행위를 보다 실천적,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배반’이다. 우리네 세상살이에서 사람의 심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 나쁜 것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 ‘배반’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에서 ‘낙타는 사람을 배신하는 짐승이라서, 수 천리를 걷고도 지친 내색을 않다가 어느 순간 무릎을 꺾고 숨을 놓아버린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낙타들이다.’라고 하며, 배신을 중요한 주제로 다루었던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배반당하는 자는 배반으로 인해 상처를 입지만, 배반하는 자는 한층 더 비참한 상태에 놓이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배신이란 두터운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서 신뢰라는 접착제를 떼어내는 것이다.’라고 세계적인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말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배신’을 수없이 접한다. 배신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며, 현실 속 정치·경제·사회·역사적 사건에도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배신을 직접 겪거나 주변사람들의 경험을 듣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배신인가? 배신에 대한 판단은 왔다 갔다 해서 사실 별로 신뢰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라 해도 누군가나, 어느 조직의 눈에는 중상모략가이거나 배신, 배반자이지만 때로는 대중의 눈에는 양심선언자나 영웅으로 보이기도 한다.

진정한 의미의 삶을 개개인의 인간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정신적 유대’에서 찾으려 했던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 페리는 ‘좋은 인간관계는 거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많은 추억, 함께 겪은 많은 괴로운 시간, 많은 어긋남, 화해, 마음의 격동 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의 지성 중 한사람인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체는 이기적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배신을 선택하여 안정을 추구하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배신은 한 인간이나 인류에 아픔을 주지만 때로는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배신은 성숙단계에서 변신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배신은 나쁘기도 하지만 때로는 좋을 수도 있다. 배신은 인간세상이 관계의 연속인 이상 다반사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배신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신이 발생하면 감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네 인생의 인간관계에서 깨지 말아야할 중요한 세 가지에는 신뢰, 약속, 마음이다. 이것들은 우리가 무언가의 그리고 누군가의 일부라고 느끼게 해주며 우리의 성장 열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이 무너지면, 인간관계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배신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대사처럼 ‘사업이나 권력, 사랑이 개입될 때’ 우정은 대개 깨진다. 그리고 가족관계인 부모 자식 간이나 동기간 끼리에서도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뼈아픈 것은 배우자의 배신이다. 특히 힘없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인 노년에 당했을 때는 그 비애감을 어디에 견줄 수 있으랴? 배우자의 배신은 꼭 부정한 짓을 저질러야만 하는 것인 아닌, 젊은 시절 가족들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가절하하고 당연시 하며 공을 인정해 주지 않고, 내 공까지도 빼앗아 본인의 공치사로 일관할 뿐만 아니라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소소한 물건 하나라도 챙기는 행위이다.

노년에 배우자의 정신적 배신을 이겨내는 삶의 지혜, ‘상대가 내게 돌멩이를 던졌는데 바위로 맞은 것처럼 느껴져도 모래로 맞은 것’처럼 느끼고, 반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내 노후가 그나마 편안하고, 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나를 지켜주겠는가?

끝으로 법정스님 말씀을 인용한다. ‘인연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대가로 받는 벌(罰)이다.’ 부부의 만남은 운명이자 인연이며, 관계는 노력이다. 공감이 가는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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