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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선경직물과 SK그룹

‘공격경영으로 정면승부하라’ 고(故) 담연(湛然)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평전이다. 책 내용 중에는 담연의 기업철학이 잘 담겨 있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사람 부자’가 ‘돈 부자’보다 낫다”라는 내용도 그중 하나다. 담연은 평소 사람을 좋아했다. 특히 고향친구들에겐 더욱 각별 했다. 평소 가지고 있던 ‘이 세상에서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라는 지론 때문이었다. 그래서 담연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친구들과 수원사람들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또한 사람을 첫째 재산으로 삼은 담연을 믿었기 때문에 무조건 따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했다. 그것이 선경직물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선경직물의 수원 평동 시대는 그렇게 호황기를 맞게된다. 6·25전쟁 중 폐허가 되다시피한 공장을 1953년 정부로부터 인수, 낡은 직기 4대를 조립, 선경직물을 재건한지 5년 만에 보유직기 1천대의 대기업으로 발전했다. 50년대 후반에는 한국 최초로 합성직물인 나일론, 데드론을 생산한 데 이어 60년대엔 듣는 것 마저 정겨운 앙고라·깔깔이 등 각종 직물을 개발, 국민의류생활 개선에 기여했다. 특히 1962년에는 한국 최초로 레이온을 생산, 국내 섬유산업 발전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이때를 선경직물의 르네상스였다고 말한다. 모두가 수원 평동 일대 생산 공장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선경직물은 동생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과의 각별했던 우애가 꽃핀 곳이기도 하다. 담연과 미국 유학 중이던 동생과의 형제애 이상의 기업 동반자로서의 관계가 돈독해진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정서적 분위기는 동생에 대한 사랑이 부정(父情)에 가까울 정도였던 담연의 배려심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도 선경직물이 SK그룹의 산실이며 정신적 지주(支柱) 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지역발전에 기여했고 SK그룹 모태나 다름없는 선경직물의 흔적이 최근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 사라졌다는 보도(본보 11일자 1면)다. 아무리 ‘혁고정신(革故鼎新)’이 세태라고 하지만, 뿌리까지 갈아엎는 모양새. 도리는 아닌 듯 싶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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