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우리 시대의 전태일과 연대하는 사람들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작업
파인텍·아사히글라스·톨게이트
우리는 그들을 제대로 보고 있나

 

‘여기, 우리, 함께’는 11개 출판사의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중 한권으로 노동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싸움을 이어가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곁을 지키며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0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함께 불꽃으로 사라진 전태일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꿨다. 올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그의 꿈이 이뤄졌는지 살펴보면 그 당시와 비교해 노동 환경은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좋아졌다고 하지만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불안하다.

저자는 오래도록 싸우는 사람들을 취재하는 일은 ‘내가 그때 왜 웃었지?’하고 반성하게 되는 일’이라고 고백한다.

오랜 시간 노동 현장을 기록하는 활동을 해온 저자가 장기적인 노사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업장을 찾아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톨게이트 요금 징수 노동자들의 농성장에서 밥 연대를 하던 ‘밥통’의 이야기를 전하며 ‘밥은 힘이 있어요. 밥을 먹어야 하는데 내가 차려먹을 힘조차 없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누군가가 나의 존재를 알고 같이 밥을 먹자고 하면 ‘나를 잊지 않았구나’ 알게 된다’며 의미를 전했다.

이 책에 담긴 파인텍, 세종호텔, 아사히글라스,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택시 사업장, 톨게이트의 사례를 읽으면서 기업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에 분노하게 되지만,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이 사례들이 우리의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매우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사히글라스 노조는 도급계약 기간이 6개월 남았는데도 해고한다는 회사 측 입장에 억울함이 터져서 한번 꿈틀거려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을 남기고 모든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에 남아 오래도록 싸우는 일이 어디 말처럼 쉬울까?

싸우는 노동자들은 일부 언론에 의해 ‘떼쓰는’ 사람으로 규정되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으로부터 외면받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가 ‘싸움꾼’의 이미지로 덧씌운 노동자들의 속마음에 감춰진 갈등과 쓰라림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연대는 감싸 안아주기 위한 것으로 ‘꿀잠’은 집을 떠나 오랜 싸움에 몸과 마음이 지친 노동자들에게 집과 같은 ‘쉼’을 제공한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수개월을 거리에서 싸운 김용균 열사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꿀잠’에 대해 ‘여기 오면 내가 보호받는 느낌,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전하고 있다.

‘여기, 우리, 함께’는 대놓고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던 50년 전과 달리 불법 파견, 사내 하청, 비정규직 등으로 편법과 불법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기업을 보며 가벼워진 노동을 덧입은 노동자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기 전에 남긴 기록이다.

/신연경기자 shinyk@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