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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도덕이 무너지면 희망이 없다

 

 

 

 

 

“어떠한 가치도 도덕에 의해 지지(支持)되지 않는 한 불안정함을 면치 못한다.”고 일찍이 이탈리아 정치학자 모스카(mosca)는 말했다. 통치가 다만 수적 우위나 물질적, 지적인 힘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 원리에 뿌리박아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도덕은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낱말이 아니다. 도덕은 전통과 현대의 이분법으로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구분법을 넘어선다.

제21대 국회가 오는 5월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미래 한국사회의 가치지향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재성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의 거대 여당이 됐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거워졌다. 더 진화된 정치문화를 이끌어가야 될 도덕적 책임감도 생겼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싸우지 말고 제대로 국민들을 위해서 대화하고 타협해서 좋은 정책을 내라는 바람뿐이다. 이제껏 정치의 도덕성은 애초부터 실종되었던 우리 정치문화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협치가 더 필요하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면서도 청렴도지수는 45위다. 도덕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사회적인 책임, 국가의 책임이 더 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성적지상주의’에 내몰리며 자라 온 아이들이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알겠는가? 온갖 스펙을 쌓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인간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청문회에 나온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보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면서도 부끄러움조차 외면하는 지도층들을 보노라면 역겹다. 만인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도덕적 인격을 갖춘 선량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 선량은 양심, 덕망, 명예, 성실 등을 두루 갖춘 선택된 존재다. 양심(良心)에 구름이 끼거나 마비되지 않아야 한다.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선언도 지도층의 확고한 도덕적 자각을 전제하지 않고는 한갓 구두선(口頭禪)을 면키 어렵다. 도덕을 몸에 붙인 정도가 국민들보다는 월등히 높아야 한다. 부도덕한 범죄, 선거사범 등에 대해서는 더욱 가차 없이 준엄하게 법의 체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양심의 본바탕은 아무 티끌도 없고 때 자국도 없는 맑고 순수한 마음이다. 양심은 마음속의 재판장이다. 항상 개정(開廷)상태다. 사회지도자들은 양심의 가책(苛責)을 받지 않아야 한다. 늘 맑은 샘물이 솟아나야 한다. 양심은 마음의 청정작용을 맡은 샘물이다.

한국인은 위기일수록 뭉치고 합의된 국가적 목표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모은다. 세계적 재앙인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극복도 예외가 아니다. 헌신적인 질병본부,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이 나섰고 국민들은 방역지침을 지켰다. 일찍이 문명의 충돌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석학,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경탄스러운 나라”라며 찬탄해마지 않은 대한민국이 아닌가.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으나 단시간에 그것을 극복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고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도 어떤 나라보다 빨리 회복했다. 헝그리 정신과 결코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이룬 성과물이다.

대한민국의 주류는 국민이다. 국민은 건강과 안전을 원한다. 우리사회를 물리적,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 범죄 발생요인이 될 실마리를 찾아내어 범죄 가능성을 원인부터 차단해야 한다. 안전디자인 매뉴얼을 제정하여 시민사회에 배포하고 안전한 삶을 생활화해야 한다. 벌은 악(惡)에 대한 보응으로 사회집단의 질서유지를 위해 규범을 정하고 지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나쁜 방식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을 감소시키거나 없애기 위해 존재한다. 법은 인류를 통제해온 사회적 기제다. 요즘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사회문제가 당사자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리송하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은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재 풀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고, 이는 다시 빠른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나친 성과주의, 찰나주의, 속도주의, 개인주의에 함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빨리빨리 결과를 내는 것,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것, 대화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사회 일반의 목표가 되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새로운 가치를 모색해야 한다. 도덕과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도덕이 무너지면 희망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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