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안영희
흙마당을 그려 수유리 산언덕에 연립주택을 사 올라 간
그가 말했다
_요즈음 참 행복해요, 낼도 또 갈 거예요, 종로 나무시장엘.
입원실에서 풀려나왔을 땐 3월의 바람 끝이 매웠으나
유리창으로 깃드는 짧은 한낮의 햇살은
영혼의 바닥까지 부시게 투사해주는 행복의 예고편, 순정 신약제였다
창호지 새하얀 전지만큼의 양지를 찾아 붕대에 감긴 발 눕히다가
아 아아! 대중없이 터져나가던 탄성
나숭게소루쟁이씀바귀… 저리 여린 목숨들 어느새 비집고 올라와
주검자리 같은 허접의 땅에 깃발깃발 연초록을 팔락대고 있음에
애초에 내가 실린 기차의 종착역이 죽음이라 해도
뭐 괜찮아, 위대한 저 어머니 관장하시는 일이라면 다 맡겨두어도
괜, 찮아 싶었다
■ 안영희 1943년 광주 출신. 1990년 시집 『멀어지는 것은 아름답다』로 등단해 시집 『내마음의 습지』, 『어쩌자고 제비꽃』 등 6권을 펴냈다. 지난 2005년 경인미술관에서 『흙과 불로 빚은 詩』 도예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재 계간 『문예바다』 편집위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