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설]‘진영대결’로 번진 정의연 논란, 빨리 수습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문제에다가 수요집회의 기능 논란을 넘어서 진영대결의 단골 드잡이 주제인 ‘음모론’까지 돌출하면서 화염이 계속 번지는 중이다. 논란을 하루빨리 종식해야 한다. 정의연의 결단과 정부의 용단이 함께 필요하다. 이 어리석은 자중지란을 바라보며 통쾌하게 비웃고 있을 일본이 보이지 않는가.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며 밝힌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정의연이 ‘피해자’를 위한 역할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는 정의연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깊은 불신이다. 마지막으로는 수요집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회의다. 할머니는 “학생들이 (수요집회 참가를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면서 “이제부터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단언했다. 할머니의 주장은 13일 한 언론사에 보낸 입장문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한 정의연의 반응은 중대한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정의연의 태도에는 투철한 아적(我敵) 개념을 무기로 싸우던 관성이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기억력을 트집 잡아 망령 든 노인네 취급을 하거나, ‘목돈을 물려주고 싶어서 생각을 바꾼 것’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큰 실수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연의 존재 이유는 될지언정 어떤 경우에도 적이 될 수는 없다.

특정 세력의 공작이나 언론의 장난으로 몰고 가는 ‘음모론’ 또한 가당치 않다. 수요집회의 성격과 추구가치에 대한 논쟁은 뒤로 미루더라도 회계 투명성 의혹만큼은 잠시도 미룰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논란을 잠재우는 지름길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의연이 모든 핑계를 접고 회계자료를 정직하게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우리의 시민단체가 이 정도의 도덕성 의혹조차 해소하지 못한다는 그야말로 국제적 망신이요 끝장이다.

차제에 정부도 성찰할 대목이 있다. 지난 2015년의 한일 합의를 무효화 하는 일에 주력했던 정부가 그 이후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위해 무슨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의연은 스스로 자신들은 할머니들을 돌보는 일만 하는 단체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 않은가. 그냥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