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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이 보는 세상]철은 언제 들까?

 

귀엽고 소중하기만한 우리 아이들 언제쯤 철들면 좋을까?

아이가 유치원 때면 아무 때나 떼 부리며 함부로 말하고 행동해도,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괜찮을까? 아니면 초등학교 때도 아직 어리니, 중학교쯤 되어서 철이 들면 좋을까?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때쯤 철들면 좋을까?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철’을 국어사전에서 보면 “‘쇠’ 또는 시기를 말하는 ‘때’나, ‘사리를 가릴 줄 아는 힘’, ‘지각(知覺)’”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녀가 귀하고 어리다고 교육하지 않으면서 철들기를 바라는 일은, 씨뿌리지 않고 거두려는 농부와 같은 생각이다.

옛 조선시대 선비들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소학(小學)』을 배우면서, 각자 해야 할 일들을 하도록 교육을 했다. 예를 들면 가정생활 속에서 집안 어른께 문안 인사하는 방법이나, 마당 쓸고 청소하고, 어른의 세수에 필요한 것들을 도와드리는 일 등 모든 일을 아이와 함께 하여 생활 속의 일들을 함께 경험하게 했다. 아이가 어리다고 그냥 두지 않고 모든 일을 함께 하여 아이가 지혜가 생기고 자신도 집안의 일원임을 스스로 알도록 교육하였다.

『논어(論語)』에 보면 ‘문질(文質)이 빈빈(彬彬)해야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문(文)’은 책이나 배움을 말하고, ‘질(質)’은 사람의 본바탕을 말하지만, 실질(實質)을 뜻하기도 하여, 실제로 있는 일들을 뜻하기도 하는데, 사람의 본바탕과 배움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지만, 배움과 실질이 같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너는 공부나 열심히 하라’라고 말하는데서 아이교육을 망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실제로 경험하는 일이 없는데 어떻게 공부가 필요한 일인 줄 알까? 교육의 목적도 결국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나,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인재가 되기를 말하기보다, 결국 돈 많이 벌고 편히 사는데 목적을 두고 아이들을 교육한다.

공교육에서도 전인교육을 말하지만 어떻게 공교육에서 그 많은 아이들에게 전인교육을 할까? 각자 자신의 삶이나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적극 참여하고 경험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교육방법이다.

농촌이나 어촌·산촌에 살면, 주말을 이용하여 부모와 함께 부모의 일을 체험하고, 도시에 살면 아이와 주말에 한번이라도 부모의 일에 대에 대화하면서 부모의 일들을 알게 해야 한다. 재물은 카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힘들게 노력하여 얻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자신의 삶에 속한 주위의 일들도 모르면서 어떻게 미지의 세계를 이해할까?

사람은 경험이 많고 기본적인 지식이 쌓여야 큰 공부를 할 수 있다.

부모의 마음으로는, 자녀가 힘들게 세상을 살기를 바라지 않겠지만, 오히려 힘든 세상을 이겨나갈 지혜를 길러 주어야 한다.

권력 있고 힘 있는 부모가 자녀의 힘듦을 미리 대신해주려는 데서 사회의 비리가 생기기도 한다. 부모가 힘이 있음은 그 자체로 아이에게 힘이 된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나서는 순간 아이는 바보가 된다.

살면서 집안이 어려운 일을 당해도, 아이 공부에 방해될까 두려워 아이 모르게 부모들이 알아서 해결하면, 아이에게 철들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 바르게 살면서 생기는 집안의 모든 어려운 일들은 아이에게는 철들 중요한 교육 기회의 하나다.

세상을 살면서 어려움도 알게 해야 좋은 부모다.

‘때가 되면 저절로 철이 들거다’라는 생각은, 어려운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이다. 환경이 너무 좋으면 온실의 화초처럼 강해지지 못하고 나이 들어도 철들지 않는다.

이태석 신부님이나 김수환 추기경님 등은 어릴 때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일찍 철이 들어 모두가 존경하는 사람이 되었음을 간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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