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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誠愛칼럼]불가능한 7200㎞의 기적

 

 

 

 

 

‘한국의 협조 요청에 인도는 공항을 열어주고 일본은 비행기를 내줬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A양은 5월2일 급성 백혈병으로 인도 뉴델리 인근 구루그람 한 병원에 입원했다. 증세가 악화해 국내 치료가 시급했지만 바로 올 수가 없었다. 인도는 코로나19로 국가 봉쇄령을 시행, 국제선 항공편은 운항을 전면 중단했고 우리 정부가 마련하는 특별기는 이달 중순 혹은 하순에나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한시가 급한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이후의 과정은 실로 영화 같은 이른바 “백혈병 아이 구하기 3국 공조” 작전이었다.

1. 한국대사관메신저 ‘왓차앱’ 단체 채팅방에 “긴급히 귀국해야 하는 국민이 있다”고 도움을 요청. 2. 주인도 일본대사관 4일 띄우는 전세기가 있으니 자리를 내주겠다 화답. 3. 일본 측은 두 자리까지 가능, 어머니, 한 살 터울의 A양의 언니까지 함께 가야 해서 꼭 세 자리가 필요하다 부탁, 다시 검토한 끝에 세 자리 확보. 4. 일본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있고 일본대사관 전 직원이 재택근무 중인데도 출근해 곧바로 당일에 비자를 발급. 5. 인도 의료진 출발 당일인 4일 수혈 등 조치를 하고 탑승해도 문제가 전혀 없다는 확인서를 끊어줌. 6. 4일 오후 7시5분(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국제공항에서 어머니, 한 살 터울의 언니와 함께 일본 정부가 마련한 일본항공(JAL) 특별기편으로 출발해 5일 오전 6시25분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 7. 일본 모든 외국인들이 받아야 하는 일본 입국 시 검역 절차 면제. 8. 하네다 공항에서 나리타 국제공항으로 이동, 5일 오후 7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

인도~일본~한국까지 장장 7200㎞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생명은 하나의 생명이라도 너무나 귀중하며 인류 모두가 이러한 공분모를 가지고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일에 인종과 종교와 피부색과 나라의 차이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코로나 19로로 인해 전 인류가 공통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일 양국은 수차례 협력해 왔다. 지난 4월 28일에는 인도 뭄바이발 한국의 임시 항공편에 일본 국적자 42명도 함께 타기도 했다. 모처럼 만의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일본과의 불협화음 문제 또한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로 생각된다. 작년만하더라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전법기업 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 반도체 주요 부품에 대한 수출규제와 백색국가(white list)에서 제외하는 등 한일 무역분쟁이 촉발되고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와 일본은 근린(近隣)국가로 숙명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협력하고 공존공영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인도~일본~한국까지 장장 7200㎞의 기적에서 보듯 아주 작은 신뢰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동안의 미움을 눈 녹듯이 녹게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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