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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소녀가 본 1980년 5월, 광주

양림동 선교사 故 헌틀리 목사
막내 딸 제니퍼의 실화담 엮어

광주로 이동하는 군인들 모습…
광주를 기록하는 아버지의 말…

“비극·상실로 가득찬 장면,
하지만 중요한 전환점 됐다”

 

 

 

올해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제니의 다락방’은 1980년 당시 9살이던 찰스 베츠 헌틀리(한국이름 허철선) 양림동 선교사의 막내 딸 제니퍼가 직접 기록한 실화담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제니퍼는 미국 사람이지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한국을 찾은 선교사의 딸로 1970년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났다.

저자는 1980년 5월 초 큰언니 메리의 졸업공연을 보러 대전에 있는 한국기독학교에 가기 위해 가족과 함께 기차를 탄 일화를 전하며 “바로 옆칸에 탄 군인들이 갑자기 성난 듯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군인들은 우리들을 지켜주는 사람들이라고 배웠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래지 않아 왜 그렇게 많은 군인들이 기차에 타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면서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전국에서 군인들을 불러 모았다고 설명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이후 ‘정의’, ‘민주주의’, ‘계엄해제’를 외치는 학생들의 시위 모습을 보며 “조용하고 평화롭던 때로 전부 다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특히 광주기독병원에서 원목으로 일하는 아버지 찰스 베츠 헌틀리가 카메라를 들고 다치고 피흘리는 사람들, 처참하게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찍는 게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헌틀리 선교사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기록해서 잊히지 않도록 하고 싶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1980년 5월 광주 양림동 선교사 마을은 최후의 보루가 됐으며, 헌틀리 목사는 집안에 마련한 암실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하고 아내인 마사 헌틀리는 기사를 써서 비밀리에 국내외 언론에 보냈다.

이는 수년간 미국 남부장로교회보에는 물론 수많은 신문과 잡지에 실려 광주민주화운동을 국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헌틀리 목사는 장로교 선교사로서 한국에서 20년간의 사역을 마치고 1985년 광주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으며, 이후 수년동안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2017년 6월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세상을 떠난 헌틀리 목사의 유언에 따라 유골의 절반이 양림동 선교사 묘역에 안장됐다. 그의 묘비에는 “나는 용서했습니다”라고 씌여있다.

끝으로 저자 제니퍼는 “1980년 5월도 이 나라 역사에 또 하나의 장으로 기록됐다. 비극과 공포, 상실로 가득찬 장면으로…”라며 “하지만 그 장면은 분명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라고 전했다.

/신연경기자 shin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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