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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삼성이 더 높이 뛸 수 있도록 성원해야

 

 

 

필자는 공직의 상당 기간을 통상과 투자유치 업무에 종사했던 터라 해외 출장이 잦았다. 동행하는 기업인들의 상담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숙식 등을 보살피는 일이 임무이므로 이국적 도시경치를 감상할 여유도 없이 항상 피로와 긴장 속에서 일해야만 했다. 특히 까탈스러운 상사나 도의원과 함께 출장할 때는 하루빨리 귀국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위로를 준 것 중의 하나가 삼성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 기업이 설치한 도로변과 건물의 빌보드와 전광판이었다. 귀국을 위해 그 나라 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국 항공사 마크만 봐도 벌써 귀국한 것 같은 평안함이 깃들었다. 외국에서 그런 것들을 보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생긴다.

필자는 삼성에 빚진 것은 없지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한국의 경제발전과 국가 명예를 향상시킨 것도 이유지만 개인적으로도 이 기업이 생산한 전자 제품들이 반평생의 반려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에 삼성전자가 있어 이웃이라는 친근감을 갖고 있다. 지난 6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언론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을 보고 몹시 안타까웠다. 더 나아가 이 회장의 사과 후에 노조와 진보단체들이 진정성이 없다며 삼성사옥 앞에서 규탄 시위를 하는 등 맹렬히 비난하는 모습을 보며 현 정부와 진보사회가 품고 있는 反대기업 정서와 한국이 처한 경제현실에 대해 둔감하다는 것을 느낀다. 적어도 한국 산업화에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민주화 영욕을 몸소 체험한 베이비부머들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현재 삼성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혐의는 편법 가족승계, 정치뇌물 공여, 노조방해이다. 가족승계와 정치뇌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현대 정치·경제사에 걸쳐 끊임없이 존재해 온 행태이다. 삼성 하나만 친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라 국가적 담론으로 정해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정치개혁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가족승계가 가업(家業)을 지속하고 발전시키는 동기부여로서의 순기능도 갖고 있다. 삼성의 비노조는 이병철 설립자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경영철학이며, 이로써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의 100위권 기업(16위)에 한국기업으로서 유일하게 포함될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이 성장의 과실을 수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왔다. 무노조를 고집하는 대신 삼성은 높은 임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업에서 경비직으로라도 근무하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에서 해당 노조와 상급 노조 단체가 삼성의 노조경영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한국은 코로나 19가 몰고 온 세계적 大 경제침체와 공동체 붕괴로 흥망성쇠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동란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들 한다. 쓰러져가는 국가 경제와 공동체 살리기가 우선이다.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기후변화와 2~3년 주기마다 모양을 바꾸며 인간 생명과 공동체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온 인류가 절실하게 요구하는 친환경·바이오·제약 산업 추진에는 기술과 자본력을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국토가 좁고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빈약한 소상공업이 대부분인 우리 현실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대기업의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만나 미래 먹거리 산업인 전기차 분야 협업을 논의하고, 경제불황 속에서도 대기업들이 오히려 R&D 비용 등 투자를 늘렸다는 소식은 반갑게 들린다.

삼성은 깨끗하고 건강한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기업을 보다 투명성 있게 운영하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국내외적으로 더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은 삼성이 이런 변화를 통해 한국의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미래의 경제·사회를 성장시키는 범국가적 과업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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